조선 시대 회화 - 오늘 만나는 우리 옛 그림
윤철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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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옛그림의 세계


 명화가 우리의 삶 속에 깊숙하게 들어온 반면 우리는 우리의 그림을 너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간송미술관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마침 분기별로 문을 활짝 여는 시기이기도 했고, 당시 모 드라마의 영향으로 성북동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곤 했다. 나도 그림은 모르지만 자주 문을 개방하는 미술관이 아니기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살펴보았던 기억이 난다. 친숙하고, 익숙하고, 하려한 색감의 명화가 더 눈에 익지만, 처음 관심을 지속적으로 들인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유명한 그림이지만, 화가의 이름도 작품명도 몰랐던 시기가 있었기에 이것만큼은 알아보자 싶어 공부한 것이 지금의 시간까지 왔지만 상대적으로 우리의 그림은 처음 명화를 본 것처럼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친숙한 이들의 화가들도 많이 보이지만 그들이 그린 화풍과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도 깊은 맛을 느끼며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깜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주 보고, 읽고, 느낀다면 우리도 우리의 미술을 좀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 회화>는 그런 면에서 조선의 역사 만큼이나 조선 시대의 미술을 이해 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틀어보며 시대의 특징적인 회화의 기록들을 구성했다.


강세황, 안견 등 익숙한 이름들과 낯선 화가들의 이야기. 그들의 화풍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멋스러운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목계의 '연사만종도'였다. 연사만종이란 안개에 감싸인 산사에서 종소리가 들려오는 저녁 풍경을 뜻하는데 보일듯 보이지 않는 그림이 신비감을 더해준다. 이 그림은 남송 13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일본 하타케이야마기념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되어 있다. 서양화에 비해 우리의 그림에는 색감이 많이 드러나지 않지만 세필 붓으로 그린 것 같은 점 하나, 선 하나 하나가 주는 섬세함이 그림 곳곳에 묻어난다. 여백의 미를 가장 잘 드러난 작품들이어서 볼 때마다 담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교과서에서도 책에서도 익숙한 안견의 그림도 좋았지만 알려지지 않는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이 더 좋았다. 익숙한 그림 보다는 익숙하지 않는 느낌의 작품을 보는 느낌은 또다른 시대의 이야기만큼이나 짜릿했다. 500년 조선 미술사의 연표를 훑어 나가듯 중요한 선들만 짚어 나가는 이야기가 간결하면서도 시대의 맥을 알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그들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뿌리들이 서로 영향을 받기도 하고, 다른 뿌리를 양산하는데 있어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조선 시대 회화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그들의 유교사상이 회화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다. 조선 시대 회화의 장단점이 두루 느껴지는 책이어서 읽는 내내 이런 관점으로 작품을 들여다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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