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코드 - 인류 문명의 숨겨진 기원을 가리키는 단서 기자 대피라미드 탐사 보고서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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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피라미드 보고서


  아주 오래 전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 1권을 읽다가 몇 번이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접고 또 접었다. 도서관에서 몇 번을 빌리기를 반복하다가 대출기간을 하루 남겨두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 1권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었다. 5권이나 되는 책이다 보니 1권에 배경 설명과 많은 인물을 끄집어 내다보니 첫 발걸음을 떼는 입구에서 입장객들이 도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이 책의 재미는 1권 끝부분에서 시작해 2,3,4권은 정말 휘몰아칠정도로 '람세스'의 일대기가 휘몰아친다. 생생한 전투신은 물론이고, 고대 신전을 짓는 일들이 눈앞에 그려질 듯 선연하게 그려졌다. 책을 읽고 나서는 나중에 신혼여행을 간다면 꼭 이집트로 가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할 정도로 고대 이집트 문명에 푹 빠져 버렸다. 소설이다 보니 역사적으로 왜곡된 것이 있으나 고대 이집트에 대한 흥미를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꼭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가 고대 이집트의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재미를 추구한다면 맹성렬 교수의 <피라미드 코드>은 단연 과학의 눈으로 인류 문명의 산실인 기자 대피라미드를 탐사한다. 과학의 문명이 발전했음에도 천문학, 기하학, 측지학, 건축공학 등 과학의 총체적인 것들이 들어있는 피라미드는 아직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남겨져 있다. 문명의 발달에도 누군가 긴밀하게 수수께끼를 풀어내려 해도 도무지 답을 구해낼 수 없는 비밀의 공간이기도 하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점령할 때는 그 나라에서 제일 가치 있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를 대동한다. 나폴레옹 시절에도 그랬고 알렉산드로스도 당연히 그런 시도를 했을 것이다. 특히 저명한 고대 그리스 학자들은 대개 알렉산드로스 시절 이전부터 그곳에서 다년간 유학 생활을 하며 놀라운 과학기술을 직간접으로 접하였기에 이를 얻으려는 욕망이 넘치고 있었다.


1장에서 알렉산드로스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이 사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지시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많은 자료를 모으게 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바 있다. 분명 그는 알렉산드로스가 이집트 땅을 정복했을 때 어디에서 무엇을 가져와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런 자료를 요구 했을 것이다. 실제로 알렉산드로스 군대는  이집트 땅 곳곳에 있는 신전과 도서관에서 많은 서적을 복사 또는 얄탈해갔다. 이런 경로로 세계 지도들이 고대 그리스로 유입되었을 확률이 높다. 이처럼 경·위도가 정확한 지도들이 이집트 땅에서 유출되었을 것이란 의혹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지금은 잊힌 초고대 문명이 이집트 땅에 존재해 천문지리학과 기하학을 발전시켰을 것이라던 계몽 시대 프랑스 학자들의 주장이 옳은 것 같다. - p.135


책은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을 나서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 나라를 점령하고, 그 나라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약탈해 가며 그들의 것을 집어온다. 한 나라를 파괴하는 동시에 그들의 보물을 인정사정없이 프랑스로 옮겨갔고, 그것이 훗날 과학의 발전을 일으킨 원동력 중 하나가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시간이 지나 고대 문명을 밝힐 열쇠를 그들이 약탈해 간 발걸음에서 부터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12궁도, 360일만을 나타내는 달력, 12방위, 베니스 지도, 칸티도 지도, 피리 레이스 지도등 처음에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일까 하는 정도로 낯선 문명의 기원과 체계들이 설명되어 있다.


어떤 문명의 흥망성쇠를 발전기, 극성기, 정체기, 쇠퇴기의 4단계 도식으로 보는 것은 자연스럽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 문명에 이 도식을 무리하게 대입하는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문명 초창기로 체제 정비 단계에 있어야 할 1,2 왕조기 이전 시대 유적에서 너무 완벽하고 심지어 성숙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문자 사용, 수 체계 성집, 직조 기술 발달과 의복제작, 외과술을 중심으로 한 의학 발달, 해양용 선박 제작, 고도로 정밀한 광학 렌즈 사용, 강철보다 단단한 화성암 가공술 발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 p.154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 어떤 문명도 시작점을 넘어 끝이 맺어지는 시점까지 막지 못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물려 있었던 고대 이집트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던 로마도, 해가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도 아스라히 저물어갔다. 그럼에도 고대 이집트는 지금까지 많은 문명을 갖고 있는 체제에서 완벽을 기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요즘에 와서 그 비밀을 풀려는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풀 수 없다. 그들이 세운 왕국은 완벽했지만 문명의 최고점을 넘던 그들은 쇠퇴를 반복하다가 역사의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자신이 발견한 조각상 외에 쿠푸 왕의 흔적을 더는 찾지 못한 페트리는 헤로도토스의 기록을 바탕으로 쿠푸가 폭군이라 후대에 그의 자취를 지운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만일 그가 진정 기자 대피라미드 건축을 지휘한 파라오였다면 그는 절대 폭군일 수 없다. 그처럼 인류 역사상 최고 기념비적인 건축물은 결코 폭군의 절대 권력으로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토목공학자 가드 헨슨은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대피라미드 건축 공정을 면밀히 분석해보았다. 결국 그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보고서를 끝맺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그런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려면 키루스,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웰링턴을 합쳐놓은 천재가 조직한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223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완벽하게 이집트 문명을 만들었는가, 기자 피라미드 코드에 대해 깨보려는 시도를 다층적으로 했으나 정답은 없다. 일부분 조각을 맞추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근거를 가진 주장들이 맞을 것이라는 '추측'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비어져 버린 부분을 지금의 과학을 통해 초정밀도로 미스터리를 풀려고 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는 미진하다.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부분을 다 이해 할 수 없었으나 다층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지 맹성렬 교수는 수학적인 관점으로 건축학적으로, 법칙을 비교하며 풀어내곤 하는데 그부분에 있어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고대 이집트가 갖고 있는 돌항아리에 대한 이야기나 초기 상형문자를 쓰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다.  과학적으로 더 정밀하게 이해 할 수 있었더라면 더 깊이 피라미드 코드를 설명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자세한 설명과 도판은 보는 재미에 푹 빠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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