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남자와 금성여자를 넘어서 - 차이를 넘어 마음으로
존 그레이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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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넘어 새롭게 만나는 남녀의 관계의 기술

 책을 읽지 않았는데도 유명한 책을 만나다 보면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한다. 기시감이 들 정도로 작가의 이름과 제목, 표지까지 무수히 많이 접했으나, 속은 깊이 알 수 없었던 이 책이 내 눈앞에 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비유해 존 그레이는 남자를 화성에서 왔다했고, 여자를 금성에서 왔다 했다. 2006년에 출간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12년만에 시간을 넘어 21세기 <화성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 라는 이름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출간되었다. 기존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으나 시간은 사람들의 환경을 바꾼 동시에 남녀의 역할과 생각, 인식등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아직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을 구분하고 있다.

남자 사람과 여자사람의 차이는 얼마나 큰지를 존 그레이의 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같은 사람이지만 서로 다른 신체 조건을 갖춘 남자와 여자의 성향은 서로 상충된다. 같으면서도 다른 성향의 사람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다보니 서로 맞부딪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존 그레이는 시간을 넘어 새롭게 만나는 남녀의 관계의 기술을 다각도로 정리했으나 요점만 말하자면 서로 다른 객체이기에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살아가라는 이야기다.

그는 남자와 여자의 성향이 얼마나 다른지 도표를 통해 서로 다른 성향을 나누어 설명했고,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설명되는 호르몬들을 예로 들어 남성성과 여성성의 두드러진 면을 세밀하게 나누어 이야기한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옥시토신으로 인해 남자와 여자는 각기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상관관계를 통해 서로의 특징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남자는 테스토스테론을 여자에게는 에스트로겐이 적정 이상 분비 되어야만 원활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남녀의 차이를 호르몬에 비례하여 그들이 갖는 문제와 스트레스를 남가 흐르는 호르몬을 통해 비교하고, 분석하는 이야기가 마치 의학 드라마처럼 여겨진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낭만적 사랑의 상징이 된 이유는, 사실 그들이 결혼하자마자 죽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계속 살았다면 그 시대의 여느 부부들처럼 서로에 대한 열정이 식은 채 결혼생활을 이어갔을지도 모른다. 부부 사이에 역할을 나누는 관계가 굳어져 처음 만난 순간의 설렘을 잊었을 것이다. - p.55


어렸을 때 동화를 읽다보면 마지막 장면은 늘 왕자와 공주가 결혼해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로 끝이 난다. 그때는 그것이 진정한 해피엔딩인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진짜 행복한 끝맺음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결혼은 남녀의 행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책을 읽다가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읽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서로의 열정에 불타올라 시작점까지도 못한 로미와 줄리엣은 진짜 로미와 줄리엣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그저 만나지 못하는 애타는 마음으로 끝을 맺었기에 사랑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설명이 콕하고 마음에 박힌다.


요즘은 남자든 여자든 가족의 생존과 안전을 어느 한 사람이 떠안지 않으므로 자유롭게 더 높은 수준의 욕구를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진짜 자기를 마음껏 표현하고 싶어 한다. 얄궂게도 남자와 여자가 물질적으로 서로에게 덜 의지하면서, 정서적 지지와 개인적 충만감을 위해 남녀는 서로에게 더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 p.59


남자와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서로의 차이와 각자의 호르몬 욕구를 이해하면 배우자에게 계속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p.129~130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만나 선택하는 기준이 이제는 누구의 경제권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자신을 보듬을 수 있는 이를 찾는다. 할머니, 엄마, 이모가 남자를 고르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인 시대가 다가왔고, 우리는 이전보다 더 정서적인 배우자를 찾아 함께 일을 하고, 가정을 꾸며 나가기를 원한다.


마음을 나누는 관계의 황금률은, 남자든 여자든 관심과 사랑과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면 동굴 시간이나 '내 시간'으로 주의를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부부들은 서로 지나치게 얽혀 있어서 열정이 빨리 식는다. 2단계에서 사랑의 창이 열리는 5일 동안에도 여자에게 필요한 짝 유대가 생기지 않으면 배우자 이외에 다른 데서 짝 유대를 형성할 방법도 많다. 이렇듯 친밀감이 춤추든 유연하게 변하려면 독립심뿐 아니라 상호 의존성도 필요하다. - p.327


가까운 사이 일수록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존 그레이는 주장하고 있다. 그는 둘 사이의 관계는 친밀한 것이 좋지만 너무 지나친 집착은 서로가 멀어지는 길이라고 충고한다. 서로가 서로의 호르몬이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스킨십을 해주는 것 (키스나 포옹같은)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예로 들면서 일어날 때, 출근 할 때, 퇴근 후에, 자기 직전에 아내 보니에게 늘 안아준다고 한다. 서로의 성향이 달라도 가벼운 스킨십은 정서적인 지지와 개인적인 충만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 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행성에 온 사람들이기에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 보다는 '너'를 생각하고 서로 양보하고, 노력해야만 튼튼하고 탄탄한 관계를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너무 과해서도 너무 접촉이 없어서도 안되는 중도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가를 다시금 그의 책을 통해 깨달았다. 


함께하는 자리에 공간을 두라. 두 사람 사이에 천상의 바람이 춤추게 하라.(···) 함께 서 있으되, 너무 가까이 붙어 있지는 말라. 신전 기둥은 서로 떨어져 있고,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는 서로의 그늘에서 자라지 않으니. - p.328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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