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 인문학 - 오늘, 우리를 위한 동양사상의 지혜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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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을 보는 재미


 ​그림은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서양의 화가들의 그림이 우리의 그림보다 더 많이 노출되었고, 마주치는 횟수가 더 많아서 그런지 그들이 그린 그림은 이제 그림이 아니라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들의 그림을 바탕으로 한 굿즈들이 생활 전반에 깔려있고, 색채의 매력에 빠져 나도 모르게 그들의 그림이 든 것들을 손에 쥐게 된다. 반면, 우리의 그림은 서양의 화가들이 그림보다 색채감이 뛰어나지 않지만 잔잔한 호숫가를 연상시키듯 잔잔하면서도 여백의 미가 있다. 함께 보면 서양의 그림에 매혹되지만 오래도록 보고 있노라면 동양의 그림들이 차분함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매우지 않는 구도 속에서 해학적인 느낌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대체로 자화상은 외형을 비슷하게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화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일정하게 성격이나 내면을 드러낸다. - p.41 


일전에 저자의 전작인 <감정의 자화상>(서해문집, 2018)을 읽었는데, 거칠거칠하지만 자화상을 통해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느껴졌다. <옛그림 인문학>은 동양사상을 산책하는 동시에 우리의 화가가 그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김홍도의 그림을 자주 접했다 생각했는데, 자신을 그린 그림인 '월하취생도(자화상)'가 인상적이었다. 김홍도의 또다른 면을 바라보는 것 같다. 자주 보지 않아 생경한 마음이 들지만 저자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그림은 상상이상으로 멋스럽고, 호젓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픈 그림들이 다수 도판으로 실려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지만 그림 한 점으로 마음을 식혀주고, 그들이 살았던 배경을 꿈꾸게 하고, 그들이 공부했던 사서삼경과 논어, 공자, 맹자등 동양 사상에 대해 심취하게 만든다.


표현하는 것은 다르지만 동서양의 그림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동양의 그림은 소박하지만 자연미가 물씬풍기며, 자화상 하나를 그리더라도 두루뭉술하게 그리기 보다는 사진을 찍듯 점 하나, 수염 하나까지도 적확하게 그리며 그이를 대변한다. 거울처럼 자신과 똑닮은 그림 속에 그이의 성정을 나타내고,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요즘 같으면 포토샵으로 샤샤삭 단점을 보완하겠지만, 예전 화공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그림의 미학이라 생각했나보다.


김두량의 '월야산수도'와 윤용의 '협롱채춘도'는 그 어떤 그림보다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그림이다. 깊은 달밤의 풍경과 농사일을 하는 여인의 뒷모습. 영감은 서양의 미술에서만 찾아오는게 아니다. 낯설다고 느꼈던 동양의 철학과 그림은 우리가 늘, 멀게만 느꼈지만 어쩌면 우리가 자주 보는 그림 보다 더 가깝다. 그들의 그림을 우리가 멀게만 봤을 뿐. 돌담을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발을 디딜 때마다 주는 즐거움이 이 책 속에 묻어나 있다. 요즘같이 더울 때 먹는 자극적인 음료의 맛이 아닌 은은하면서도 깔끔한 단맛이 주는 편안함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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