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식당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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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의 언어와 맛이 느껴지는 화려한 만찬!


#1.


 우리동네에는 '호빵이'라는 길냥이가 산다. 볕이 좋은 날에는 우리집 옥상에 누워 볕을 쬐기도 하고, 평평한 그들에 누워 선선한 바람을 맞기도 한다. 밖에 나갔다가 무심코 대문을 열다보면 '호빵이' 녀석이 시크하게 앉아 마치 궁궐의 해태처럼 앉아있다.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엄마야~!'하고 외치면 '어이구~'하며 휘리릭 다른 곳으로 가길 여러번, 나비야~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녀석이건만 비가 많이 오던 다음날 잠을 자지 못했는지 고추를 말리려고 평평하게 해놓은 평상에 누워 드르렁 코를 골며 대자로 뻗어 자고 갔다. 고개가 축 늘어지며 누가 오가는지, 사진을 직는지도 모를만큼 숙면에 빠진 고양이를 그때 처음 봤다.


그 때부터 볼살이 오동통해 둥근, 누런 빛깔의 고양이 이름을 호빵이라 지었다. 호빵처럼 토실토실한 몸피 때문에 호빵아~라고 부르면 살짝 뒤를 돌아봐주기도 한다. 그 후에도 쉬어 가라고 평상을 늘 깔아 놓았지만 어쩐 일인지 소식이 없다.


# 2.


깊은 밤이 되면 삼삼오오 고양이 울음소리가 '야옹~'하고 들려온다. 어느 때는 아기 울음 소리 같기도 하고, 고양이 울음 소리 같기도 하다. 주변에 아이가 없으니 분명 고양이 울음소리다. 하나의 고양이가 아니라 떼창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어느 날 고양이 두마리가 우리집 담벼락에 앉아 서로 마주 보며 (아주 가까이) 한 고양이가 야옹하고 울음을 내뱉으면, 다른 고양이가 야옹하며 크게 울부짓는다. 누가 누가 더 잘하나 싶을 정도로 가까이 마주 보며 서로 우렁차게 고양이들의 대화를 나눈다. 아마도 서로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고양이의 언어를 속삭이며 서로 앙앙대고 있고, 마침 하교길에 마주친 두 고양이를 보고 있던 소녀들은 그 모습이 좋아 깔깔거리며,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다. 창 밖에서 그런 모습을 보며 미소 짓고 있는데 이웃집 아저씨가 고양이의 큰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며 단단한 골프공으로 아이들의 등을 '퍽!'하며 사정없이 맞춰 버린다. 후다다다닥~ 하며 몸을 피하는 고양이들. 그들의 사랑언어는 사람들보다 더 시끄럽지 않는데 그런 사정을 볼 것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그게 어느 해 여름과 가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 3.


포동포동한 발로 토실토실한 몸피를 갖고 있는 뚱냥이들의 식당은 그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식당이다. 정중하게 맞아들이는 턱시도 고양이가 있고, 실한 만찬을 준비하는 셰프들과 그들의 음식을 맛나게 먹어주는 미식가 고양이들이 우아하게 만찬을 즐기를 식당이 바로 <고양이 식당>이다. 그들이 먹는 풍성한 음식에 꿀꺽 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다가,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고양이 식당에 고양이가 아닌 음식 평론가 한명이 찾아왔다. 많은 이들의 입소문이 난 곳이라며 찾아든 그는 고양이 식당에 앉아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화려한 정찬을 들었지만 생각하는 것과 달리 무언가 빠진 맛이 들었다. 그 식당이 열린 이래로 음식에 간이 맞지 않는다며 여러 주문을 해왔고, 고양이 셰프들은 당황한다. 연어 스테이크를 다시 맛볼무렵 미식가의 눈은 충혈되고, 코가 근질근질 거리기 시작한다. 그는 참지 못하고 에~~~이~취~~~~~~~~~~~~하며 재채기를 하게 되고 고양이 식당은 그의 충동적인 재채기에 소리소문없이 와르르르 무너져 내린다. 마치 동화처럼. 그 이후 다시는 인간손님은 고양이 식당에 갈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 4.


고양이의 언어와 식성, 우아한 발놀림. 그들의 특질이 그대로 드러난 고양이 식당에서의 조우는 그대로 끝이나 버렸지만 <고양이 식당>의 일화 속에는 사람들이 침범하면 안되는 무엇이 존재한다. 같은 지구 안에서 공존하며 살아갈 그들을 우리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이유를 한껏 무시하고 있지만 고양이 식당과 같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빵 고양이의 비밀> (2018, 비채)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고양이 식당>이 수록되어 있는 그림도 이야기도 생생하게 느껴져 훨씬 더 이야기와 그림에 만족감을 느끼며 읽었다. 귀여운 그림을 보는 재미와 고양이들의 특질이 이야기 속에 베어져 나와 읽는 내내 즐거웠던 책이다.


# 5.


<식빵 고양이의 비밀>을 비롯해 <고양이 식당>은 토실토실한 몸피를 가진 뚱냥이들의 모습과 같이 두 권의 그림책이 폭신폭신한 몸피를 갖고 있다. 표지를 만지고만 있어서 그저 마음이 똥실똥실 부풀어 오를 것만 같은 느낌이라 계속해서 책을 만져보게 된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책. 고양이를 좋아하나 이유가 있어 고양이를 키우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 같은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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