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 2 - 대초원의 작은 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작게 삶으로 76 집이라는 곳


《초원의 집 2 대초원의 작은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글

가스 윌리엄스 그림

김석희 옮김

비룡소

2005.9.25.



《초원의 집 2》을 읽는다. 미시시피강이 꽁꽁 얼 적에 건너려고 추운 겨울에 집을 옮기는 이야기가 흐른다. 마차에 살림을 싣고서 간다. 마차에서 자고 풀밭에 옷을 말린다. 마차는 움직이는 집이다. 드디어 맞춤한 곳을 찾아내고서는, 너른들에 집을 작게 짓는다. 통나무를 베어 하나씩 올리고, 마차 덮개로 먼저 지붕을 삼는다. 이윽고 널빤지를 늘리고, 말이 머물 곳도 짓는다. 모든 일은 한집안 모두 힘을 모아서 한다.


내가 어릴 적을 돌아본다. 마을에서 곧잘 집을 옮겼지만,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다. 내가 아이를 낳고 집을 꾸린 뒤에도 고장을 떠나지 않았다. 일터 가까이 살림집을 얻었다. 대구로 옮기면서도 짐을 거의 옛집에 두었다. 옷가지만 갖고 대구로 왔는데도 집안에 온갖 살림이 가득했다. 예전에는 살림살이가 적었을는지 몰라도, 네 식구가 마차를 타고 집처럼 누리면서 옮기는 길은 만만하지 않았을 텐데.


가만히 읽어 보자니, 《초원의 집》은 내가 열 두 살 무렵에 티브이에서 보았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 인디언이 사는 서부로 흰사람들이 퍼져가던 무렵 이야기이다. 글쓴이는 어릴 적에 보고 듣고 겪은 하루를 고스란히 풀어낸다. 함께 일하고 쉬고 놀고, 같이 땀흘리고 노래하고 들숲을 품은 나날을 들려준다.


2005년이면 우리 집 막내가 다섯 살 무렵이다. 이때에는 《초원의 집》이라는 책이 있는 줄 몰랐다. 더 예전부터 나왔을 테지만, 예전에도 이런 책을 몰랐다. 2005년이든 2000년이든 더 예전이든, 적어도 나부터 이런 책이 있는 줄 알고서 먼저 읽었더라면, 우리 아이들을 닦달하지 않고 오순도순 지냈을 텐데 하고 돌아본다. 이 책에서 들려주듯, 한집안이 서로 돕고 나누고 하루를 짓는 살림을 예전에는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이 몰아치면서 살아왔다.


책은 꼭 아이만 읽어야 하지 않다. 엄마가 되려면, 또 아빠가 되려면, 그림책이거나 동화책이거나 만화책이거나 가리지 말고, 아름다운 책을 먼저 읽을 줄 알아야지 싶다. 그렇지만, 나부터 이렇게 하지 못했다. 책을 아이들한테 읽혀 주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어떻게 쓰는지 나부터 너무 모르고 지난날을 보냈구나 싶다.


눈을 감고 되새기면, 어린 날 뛰놀던 시골이 벅차도록 아름답다. 책에 흐르는 들판이 벅차도록 설렌다.


이런 아름다운 책을 글쓴이 딸아이가 어머니한테 쓰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딸아들은 어머니가 지난날 살아온 길을 글로 남기면 어떻게 받아들여 줄는지 궁금하다. 《초원의 집》 같은 책을 쓸 수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딸아들하고 보낸 어린 날과,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창 젊을 무렵 멧골마을에서 두런두런 보낸 나날을 더 그려 놓고 싶다.



2023.12.18.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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