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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사회성 - 자기를 지키며 당당하게 표현하는 아이의 비밀
지니 킴 지음 / 빅피시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 제공도서>
공부는 나중에도 따라잡을 수 있지만,
사회성은 어릴 때부터 다져야 한다.
지니 킴의 『내 아이의 사회성』은 이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실을 다시금 깊이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은 “공부부터 하고 사회성은 나중에 길러도 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사회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좋은 성적이 곧 좋은 사회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성은 시간이 걸리는 훈련이며,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내면의 퍼즐과도 같다.
책에서 제시하는 사회성의 다섯 가지 핵심 역량은 ‘자기 인식, 자기 표현, 자기 조절, 경계, 자기 신뢰’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다섯 가지가 각각 공감, 협력, 규칙, 책임, 존중이라는 관계 기술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성은 독립된 능력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싹트고 자라는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힘이다.
이 책이 인상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단순히 ‘이렇게 하라’는 육아 지침서가 아니라, 실제 사례와 아이의 성향, 기질, 환경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안내서라는 점이다. 부모 스스로 아이의 사회성 발달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구성된 자가 테스트, 기초-심화-실전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성도 실용적이다. 무엇보다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와 역할을 구체적으로 다룬 후반부는, 막막함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특히 나는 ‘아이의 불편함을 너무 서둘러 제거하지 말라’는 조언에 깊이 공감했다. 사소한 갈등과 불편함 속에서 감정을 다루는 법, 다름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법을 배워야 사회성이 자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되짚게 한다. 빠르게 해결해주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발벗고 나섰던 나의 태도도 다시 돌아보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 조언을 무조건적인 원칙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조심스러웠다. 나의 둘째 아이가 한 친구로부터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 아이는 스스로 해결해보려 애썼고,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나도 알게 되었고,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나는 확신했다. ‘불편함을 견디는 훈련’과 ‘부당한 상황에 대한 보호’는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그런 균형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용기이며, 그 자체로 사회성의 일부라는 메시지는 부모로 하여금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해준다. 다만 이 부분이 조금 더 강조되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특히 실제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불편함 견디기’이고, 어디서부터는 ‘개입이 필요한 일’인지 판단이 어려운 부모들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내 아이의 사회성』은 사회성을 ‘가르치는 기술’이 아니라 ‘삶 속에서 기르는 힘’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부모로 하여금 그 과정에 함께 머물며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은 결국 사회성을 ‘공부보다 더 오랜 시간, 더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라 말한다. 빠르게 결과를 원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에 익숙한 시대에, 이 책이 전하는 느리고 깊은 사회성의 이야기는 분명 큰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