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비를 바라는 기도 밀리언셀러 클럽 48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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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부러진 뼈들이 드디어 시큰거리나 보네?" "그 동안 부러진 인생이 그래." 앤지는 무릎을 편 다음 다시 물속에 손을 담갔다. "어떻게 할 건데?"
... "몰라. 그냥... 너무 지쳤다는 생각."

(책 본문 중에서)


보지 말아야 할 꼴, 보기 싫은 꼴을 너무 많이 보다 보면 지치게 마련이다. 단순히 지칠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희망까지 사라지는데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상황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마저 흔들리고 만다. 실망과 회의에 빠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계속 반복되는 실망 실망 또 실망, 그리고 삶에 대한 염증. 무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해 보지만 언제나 그 끝에서 기다리는 건 무기력이다. 하지만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이 끔찍한 실망과 무기력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어쩌면 발악일지도 모른다. 손톱만한 희망이라도 찾아서 내 삶에 조그만 가치라도 부여하고 싶은 발악.

패트릭이 한 여자의 죽음에 집착하는 건 단순한 죄책감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는 발악,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은 몸부림... 이제 그 발악과 몸부림의 결말을 보는 것도 딱 한 편 남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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