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대한 개념은 꾸준히 변해왔다. 70대 이상, 어쩌면 60대까지도 투자라면 부동산뿐이었다. 돈이 많아 정보가 남달랐던 사람들은 제외다.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훨씬 다양한 범위에서 다양한 수단을 통해 돈을 불려 왔으니까. 보통 사람에겐 절약과 적금, 예금을 통해 목돈을 만들고 인생 중반을 훌쩍 넘겨 내 집을 갖는 것. 그게 투자의 완성이었다. 한 마디로 부동산 몰빵. 이런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겐 부동산은 애증의 대상이다. 집값이 올라야 재산이 늘어나는데 그러면 당연히 세금이 많아질 테니 그건 싫고, 집값이 하향 안정돼야 자식들이 서울에서 자리를 잡을 텐데 그러면 내 재산이 줄어드니 또 그것도 싫고. 공급이 늘어야 하는 건 맞는데 공공 보급은 집값도 안 오를 테고 내 재산권 행사도 제한될 테니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심지어 부동산을 망국의 지름길이라 여기는 생각은 자신들의 삶 자체가 부정되는 듯한 느낌까지 받아서 그건 더욱 싫다. 어떻게 이 세상을 헤쳐 나갔는데….
그러다 50대부터 투자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동산의 위치는 여전히 굳건했지만 틈이 생겨났다. 부동산은 투자가 아니어야 한다. 보험은 투자가 아니다. 예적금은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부동산에 묶여 말년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퍼져나갔다. 주식 기반 상품들이 대중화됐고, 연금 상품의 범위가 넓어졌으며, 각종 파생 상품이 수시로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저 이후로 외적인 변화는 코인의 등장과 미국 증시 투자 정도. 오히려 가장 큰 변화는 관념 쪽에서 일어났다. 50대들은(어쩌면 40대들도) 젊은 시절에 돈을 벌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이기적인 욕망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벤처를 하든 주식을 하든 성공과 실패, 그를 통한 경험에 집중했고, 당연히 뒤따랐을 경제적 보상이나 피해는 언급을 피했다. 그렇지 않으면 속물 취급을 당했을 것이다. 지금은 다른 거 같다. 인스타를 통해 수익을 내고, 증시나 코인은 물론 부동산 경매, 심지어 부동산 직접 투자까지. 자신의 경제 활동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고 내세운다. 그 사고방식도 놀랍지만, 그 적극성과 섭렵 범위도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다시 부동산이 전면에 등장했다. 뭐, 따지고 보면 언제 뒤로 물러난 적이 있었나 싶다.
무언가 선택할 때마다 세상이 분기한다는 말이 있다. 1개가 2개로, 2개가 4개로, 다시 8개로. 한없이 분기하다 보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안다 해도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부동산에 얽힌 이해관계가 꼭 저렇다. ‘해결’이란 단어를 써도 되는 문제일까? 우린 돈으로 쌓아 올린 지뢰밭에 살고 있다. 전사의 심장을 가졌단 말은 꼭 증시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꼬리말) 정확한 분류를 원했다면 세대가 아닌 연도 같은 시간대에 따라 구분해야 했다. 그냥 내가 느꼈던 흐름의 변화를 적다 보니, 편의상 저렇게 썼다. 지금은 50대도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물론 올라탔다고 똑같이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