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는 집사를 관찰한다. 그래서 습득하고 파악하고 이해한다. 물론 고양이의 머리로. 간혹 이 녀석이 머릿속에 그려낸 나는 어떤 존재일지 궁금할 때가 있다. ***
고양이별에서 대한민국에 배정된 고양-202106... 뭐였더라? 암튼 입양 둘째 날부터 임무 수행 중. 아저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음. 문지방 옆에 숨어서 지켜봄. 아무래도 들킨 거 같음. 다음에는 더 잘 숨어야지.
고양-202106... 에잇! 아저씨는 날이 어두워지니 바닥에 엎어져 잠을 잠. 숨을 것도 없이 대놓고 쳐다봄. 가끔 끙끙대는 소리를 내는데 추워 그런가 싶어 내 몸을 아저씨 몸에 가져다 댐. 따뜻하네. 냥, 졸려라.
월이. 까까 먹는 시간, 체크. 나랑 놀아주는 시간, 체크. 일하러 가는 시간과 집에 들어오는 시간, 체크. 얼레... 이 아저씨, 사람이 아니라 커다란 고양이 아닌감? 생활 방식이 매일 붕어빵임. 여기 지구별이 아닌가?
월이. 지켜보다 응가 마려워 뛰어가는데 아저씨가 소리 지름. ‘너 이 자슥, 또 똥 싸냐?! 반칙이다, 반칙!’ 뭐가 반칙인 줄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긴 함. 내 임무를 눈치채고 아저씨가 나를 암살하려 하는 걸 수도. 근데 응가 많이 싸면 죽나? 암튼 더 철저히 숨어야지.
월이. 아저씨, 책상에 기대 핸드폰 들여다보다 두리번거림. 책상 밑에서 감시 중인데 내 시선을 느낀 모양. 많이 예민해서 감시 임무에 스트레스 상당함. 헉, 밟힐 뻔함. ‘야, 너 거기서 그러고 뭐 하냐?!’

월이.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밀착 마크로 변경. 무릎 위에 올라가 모든 행동을 관찰. 아주 좋은 방법임. 그루밍 하기도 좋고, 따뜻해서 자기도 좋고, 그러다 깨면 바로 임무로 복귀해서 좋고. 이봐, 아저씨, 살 좀 쪄라. 자리가 너무 좁다. 그리고, 가만히 좀 있으면 안 되냐? 왜 자꾸 자세를 바꿔서 잠을 깨우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