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원 그 아저씨와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다. 겨울에 2박3일 정도로 나카센도 일부와 시라카와고에 가 볼 생각이다. 계획대로 가게 되면 네 번째 일본 방문이 될 듯. 하지만 일본말은 전혀 할 줄 모른다. 함께 가는 사람이 일상 대화 정도는 가능해서 전적으로 의지한 채 졸졸 쫓아다니는 분위기랄까. 게다가 난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한국어 이외의 언어도 무서워한다. 그래도 이번엔 일본어 공부를 좀 해볼까 하는데... 이 고양이 녀석이 문제거든.


재작년 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했었다. 학원?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언어 천지일 텐데 내가 그런 곳에 갈 리 없다. AI를 이용한 영어 회화 앱! 잠깐 써보니 나 같은 사람이 회화 공부하기엔 더없이 좋았다. 그래서 1년 치를 한꺼번에 내고 하루 한두 시간씩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훼방꾼이 있었다. 회화라면 당연히 소리를 내야 하고 최소한 중얼중얼 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고양이가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러다 나를 보고 울고. 어렸을 때부터 유독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에 민감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처음엔 몇 개월 지나면 적응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도, 고양이도 적응에 실패했다. 영어 문장을 말하는 와중에 ‘야 이 개눔의 자슥, 그만 뛰어라! 정신 사납다!’ ‘야~~웅’ 같은 한국어와 고양이어가 수시로 뒤섞였고, 공부를 마칠 때쯤엔 영어와 고양이어에 기를 빨려 퀭해 있기 일쑤였다. 결국 집수리 일정까지 겹치면서 7개월 만에 도중하차. 그래서 결론은, 고양이도 나와 같이 영어 울렁증이 있구나, 정도. 이번 일본어 공부도 앱으로 하려고 하는데, 회화는 포기하고 글자만 알고 가야 하나? 어이, 고양이, 혹시 외국어는 다 싫어하니? 나도 그렇긴 해. 근데 너 한국어가 모국어니? 그건 아닐 거 아니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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