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산이다. 어린이날인데 산에는 어린이가 없다. (어린이날에 썼던 글이다) 어린이날과 산은 딱히 인과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지난 설 연휴 때 무심코 산에 올랐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이미 산 아래서 위를 올려다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산에서 정체가 생길 줄이야! 그래서 오늘은 아예 4시 반쯤 늦게 나왔다. 그래도, 많긴 하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정상에 오르자 신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까지 이어진 한양도성 옆으로 그늘이 졌는데 그 안에 사람들이 쭉 앉아 있었다. 기차놀이인가? 그곳뿐만 아니라 정상 이곳저곳에 사람들은 많았다. 다양한 연령대에 외국인까지. 어린이는 없구나. 해발 300m 이상에선 어린이날은 없는 걸로. 그리고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고양이 한 마리가 동그마니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저, 저, 저 바보 자슥. 사람이 이렇게 많을 땐 나오지 말고 숨어 있어야지. 삼색이는 현명하게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넌 가서 삼색이한테 더 배우고 와야겠다.


놀라우리만치 정상의 아무도 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웃으며 사진 찍기에 바쁘거나 그늘에 앉아서 얘기를 나눈다. 아, 이번 고양이는 젖소냥이다. 흰 바탕에 검은 얼룩. 녀석도 무관심에 놀랐는지 어리둥절. 저기만 다른 차원인가? 아님 자기애의 끝판왕들이 이곳에 모인 건가?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다른 애들은 멍충미에 귀요미까지 갖추었는데, 너는 그냥 멍청... 흠. 아니다, 아니야. 고양이면 된 거지 뭐. 슬쩍 가서 닭가슴살 하나를 바위에 놔줬더니 얼른 입으로 문다. 하지만 도저히 그 자리에선 먹을 자신은 없었는지 먹이를 물고 수풀 속으로 달아난다. 그제야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진다. 저 녀석, 보호색인 건가? 먹고 다시 나오면 하나를 더 줄까 해서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다. 닭가슴살 하나에 모든 배짱이 사라졌나 보다. 이틀 후에 보자. 잘 지내야 한다. 나 역시 정상에서 도망친다. 어린이날인데 어린이는 왜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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