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야 이 씨.


새벽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옆에서 자던 고양이가 내 배를 밟고 지나간 탓이다. 4kg의 체중이 온전히 전해지진 않았지만 잠을 깨우기엔 충분하다. 아깽이 때 놀아달라며 자는 나를 암살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다 큰 이후론 처음이다. 아마도 실수겠지. 갑작스러운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녀석도 후다닥 달려 나가더니 식탁 의자 밑에서 내 동태를 살핀다. 새벽 2시쯤.


얼마 전, 누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이었는데 차에 치였다. 건너기 전 좌우 확인하고 절반 넘게 건넌 상황에서 좌회전 차량이 그대로 들이받은 모양이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진 않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치료가 오래 걸릴 듯하다. 게다가 사고가 난 시점이 오랜만에 일을 해보려고 마음먹고 막 일자리를 구한 때였다. 하지만 사고로 그 일도 어긋나버렸다. 건널목에서 사고라 형사 사건으로 넘어갈 수 있어 담당 형사도 만났고, 상대방 변호사한테 연락도 받았단다.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는 중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침대에 걸터앉아 고양이를 째려본다. 다른 때 같으면 온몸을 드러내고 나를 쳐다보겠지만, 지금은 의자에 걸쳐놓은 옷자락 아래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다. 자기가 뭔가 잘못했다는 걸 안다. 나만 조심한다고 해서, 나만 잘한다고 해서 내 삶이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해서 모든 가지를 쳐낸들, 새들이 와서 나무를 쪼고, 멧돼지가 와서 밑동을 들이받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등을 부딪쳐대는 것을 막을 순 없다. 내가 아무리 침대 위에서 조신하게 잔들, 고양이가 지그시 나를 짓밟는 걸 막을 순 없다.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고양이.


일어난 김에 간식이나 줘야겠다.


까까 먹자, 까까.


ㄲ 발음에 귀가 쫑긋하더니 내 발걸음을 따라 종종종 쫓아온다. 꼬리가 바짝 올라가 있다. 기분 좋단다. 나한텐 날벼락이었는데 이 녀석한텐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꼴이다. 세상일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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