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특히나 사람 때문에 울고 웃을 거야.


10년도 훨씬 전에. 그러니까 장사를 하고 있을 때. 나와 함께 오래 일하던 알바들에게 고전적인 방식으로 크리스마스카드를 준 적이 있었다. 다섯 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중 한 명에게 적어준 문장. ‘넌, 특히나 사람 때문에 울고 웃을 거야.’


그보다 훨씬 전. 그러니까 관계를 지옥이라 여기던 때. 딱히 결심이라고 할 순 없지만 내 삶의 방향을 설정한 적이 있었다. 지금 여기에 더 이상의 관계를, 소중한 관계를 덧붙이지 않겠다. 이 이상 아무도 무너뜨리지 않겠다. 다짐했었다.


지금. 비 때문에, 날리는 벚꽃잎을 볼 수 없게 되어 의기소침해진 고양이가 느닷없이 뜀박질이다. 조그마한 날벌레 하나 잡겠다고 촐랑거리는 게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벌레 따라 소파 위로 뛰어오른 녀석은 발을 헛딛고 마루로 떨어진다. 아우, 저 허당. 부끄러웠을까? 벌레는 놔두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우다다. 저거, 저거, 구조 안 됐으면 길에서 어떻게 살려고 했던 거야?


카드를 받았던 그 아이는 요 며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그것도 3~4년 전 일로. 그때 모질지 못했던 게 지금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걸까? 그 시절의 나는 결국 사람이 답이란 걸 알았지만 당시 했던 다짐을 지금껏 어찌저찌 지키며 산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많다. 촐랑거리는 이 고양이 녀석. 4kg이 채 못 되는 이 가벼운 녀석이 내 삶에 이렇게 무게감을 더할 줄은 몰랐다. 맞고 틀리고. 그런 문제가 아니란 걸 안다. 선택의 문제다. 오래전 내 선택은 상처를 정말 최소화할 수 있던 길이었을까?


간식을 그릇에 담아 몸을 돌리자, 고양이가 먼저 먹을 자리로 종종거리며 뛰어간다. 그 뒷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난, 삶의 뒤꽁무니만 쫓아왔다는. 그래도 웃을 수 있으니 괜찮은 거겠지. 어이, 고양이. 넌 나보다 꼭 먼저 죽어야 한다. 나보다 앞서야 해. 가뜩이나 사람 무서워하는 녀석이 어딘가에 맡겨져서 풀 죽어 있는 꼴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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