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 -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수가없다> 원작소설 버티고 시리즈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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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버크는 아내와 대학생인 딸, 고등학생인 아들을 둔 중산층 가장이다. 제지회사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오던 그는, 어느 날 정리해고의 대상이 된다. 소문은 있었다. 타업종들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정리해고가 언젠가는 이곳까지 들이닥칠 거라는.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버크는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고가 되더라도 자기 경력이 재취업을 보장해 줄 거라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실업 상태로 2년을 보내야 했고 취업은 번번이 실패했다. 그 사이 집안 사정은 여러모로 나빠졌고 몰락의 공포와 맞닥뜨린 버크는 한가지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요즘은 세상이 그저 변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대변동이다. 끊임없는 대변동. 우리는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의 지킬 박사에게 붙어사는 벼룩이나 다름없다.

(본문 중에서)

 

사회 변화에 휩쓸려 속수무책 나락으로 떠내려갈 때가 있다. 쌓아온 모든 게 무너질 거라는 공포에 두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웬걸. 그 당시의 호랑이가 아닌 모양이다. 아님, 호랑이에도 등급이 있던지. 아무리 정신을 다잡고 현실을 직시해도 개인의 힘으론 모든 걸 지킬 수가 없다. ? 미국식 표현에 따르면 우린 하이드로 변하는 과정에 있는 지킬박사에 붙어사는 벼룩에 불과하니까. 하이드가 털어내기로 마음먹었다면 벼룩은 눌려 죽거나 외부로 튕겨 나갈 뿐이다. 벼룩에게 다른 길은 없다. 그런데 정말로 없을까? 아니, 있다. 동종 살해. 다른 벼룩들을 다 없애면 하이드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고 나 혼자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버크는 마침내 살인을 시작한다. 버크가 실행에 옮긴 계획은 취업의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 버크는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 아내에겐 듬직하며 믿음직한 남편이 되고 싶었고, 아이들에겐 물심양면 지원이 가능한, 든든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그뿐이다.

 

이제 우리의 윤리강령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아이디어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본문 중에서)

 

버크는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사람을 죽인다. 목표물뿐만 아니라 예기치 않았던 상황으로 인해 상관없는 사람까지도.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가족을 지켜야 했다. 그 목적 하나를 위해 그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목적만 옳다면 과정은 상관없다. 그것이 바로 버크가 깨달은 생존 방식이다. 현대 사회에서 뒷걸음질 치지 않으려면 나만 잘 버티며 걸음을 내딛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타인을 밀어버리는 게 선행되어야 한단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몇 개의 단어로 이 책의 내용을 대충 요약해 보겠다. 중산층 가장의 의도적 핏빛 우당탕 고군분투. . 잘 안 써 내려가던 글 마무리 성공이다. 목적만 옳다면 과정은 상관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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