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과연 누굴 죽였을까

[eBook] 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지음 / 북다 / 2024년 2월

고등학교 2학년. 선혁은 원택, 필진과 함께 ‘삼인방’이라 불리는 요주의 학생이었다. 몰래 담배를 피고, 돈을 빼앗고. 하지만 슬슬 자신의 장래에 의구심을 품으며 더는 이래선 안되겠단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사고가 터진다. 몰래 담배를 피고 있던 삼인방 사이로 갑작스레 다른 학교 학생이 나타나고, 그의 돈을 뺏는 과정에서 그 학생이 죽고 만 것이다. 셋은 자수 대신 시체 유기를 선택했고, 시체는 끝내 발견되지 않은 채 실종 처리가 된다. 그렇게 9년이 지난다. 그리고 원택이 살해당한다.

드라마나 소설을 많이 접했다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이야기다. 의도치 않은 사고와 은폐, 그리고 복수. 뻔한 이야기인 데다 등장인물이 많지도 않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전개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다. 이유는, 내가 이런 유의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거나 작가가 글을 잘 쓰거나.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다만 쓸데없이 머뭇거리거나 질질 끌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딴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누구나 다 그렇다. 그런데 양심이란 게 있어서 그 이기심과 힘겨루기를 한다. 때론 이기고 때론 지고. 선혁은 9년 전 그 순간, 양심을 외면했다. 그 후 9년 동안 살면서도 양심의 소리를 무시했다. 그리고 지금, 원택이 살해당하고 삼인방이란 단어가 등장했을 때 선혁은, 이 상황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바로 알아차린다. 아마 살인자, 또는 경찰의 시야에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이성을, 양심을 무시한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이 순간을 지키고 싶어서. 그래, 이게 인간이긴 하지. 손에 쥔 걸 버리지 못해서 결국 추해져 버리는 못난 사람들.

9년 전 그 학생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이 죽는다. 선혁은 정작 자기 손으로 아무도 죽이지 않았지만, 그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잘 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렇게 부여잡고 싶은 삶이었는데, 진실과 마주한 뒤 선혁은 그 끝에서 한 가지 생각을 머리에 떠올린다. 학생 한 명을 죽였고, 그 가족들의 삶이 파괴되었고, 원택과 필진도 죽었다. 양심의 소리를 무시하면서 그 이후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까지 줄줄이 죽어 나갔다. ‘우린 과연 누굴 죽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