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선택의 날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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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의 날>, <구원의 날>과 함께 유괴 3부작이었던 모양이다. 서로 연관성은 없고 다만 유괴가 주요 소재로 같을 뿐이다. 맨 처음 나온 <유괴의 날>이 추리소설이란 이름에 가장 걸맞게 밸런스가 잘 맞는 편이고, <구원의 날>은 웃음기 싹 뺀, 캐릭터들의 상처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마지막인 <선택의 날>은 과장과 웃음기가 잔뜩 들어간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그런 탓인지 <유괴의 날>이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면, <선택의 날>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랄까. 상황이나 에피소드가 조금 더 과장되어 있는 편이다. 재미? 괜찮다. 유괴범이 누구인지는 처음부터 알고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범인을 밝히는 추리에서 오는 즐거움은 없다. 대신 유괴범이기 이전에 사기꾼인 여자의 정체를 밝히고 찾아내려는 두 남자의 브로맨스(?)가 책을 읽는 내내 킥킥거리게 만든다.

 

앞서 <구원의 날>에 관한 글을 쓸 때 선택에 관한 얘기를 했었는데 이번 소설에서도 그 얘기는 적용된다. 하지만 소설의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 때문인지 이번 소설보단 <구원의 날>에서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해야겠다.

 

여담이지만 우리집엔 고양이가 있다. 11시쯤 잠자리에서 (전자)책을 읽으려고 하면 안방 불을 끄라고 은근히 눈치를 준다. 요즘은 한여름이라 괜찮지만, 환절기 때 비염 증상이 심해지면 재채기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으으응, 으응 하면서 역시 눈치를 준다. 고양이님 자는데 자꾸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 정도. 처음엔 이 나이 먹고 내가 왜 고양이 눈치를 봐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 에취! 으응~ 미안. 그런데 <선택의 날>을 읽다가 거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뜻밖의 반전과 맞닥뜨리고 빵 터지고 말았다. 컴컴한 안방에서 전자책을 들여다보던 반백 살쯤 산 남자가 느닷없이 낄낄대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무언가의 눈동자와 마주친 듯하지만 딱히 거부반응이 안 보이자 다시 킥킥. 다행히 고양이님께서 웃는 건 봐줄 모양이다. 고양이 입양을 결정했을 때 이런 일이 있으리라곤 예상을 못 했더랬다. 선택에서 파생되는 삶은 예측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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