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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더블 - 두 구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
정해연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하철로 퇴근하면서 유튜브로 <용감한 형사>를 보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한 달 가까이 봤을까?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라 그런지 영화를 보는 것과 느낌이 달랐다. 세상이 달리 보였다. 고작 하루 2~30분, 그것도 한 달에 불과한 기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통째로 흔들리는 걸 느꼈다. 젊은 시절, 영화에 푹 빠져서 정말 많은 범죄, 스릴러, 누아르, 공포 영화를 봤지만 내 주변에 그 색채를 덧씌운 적은 없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내가 나이가 든 걸까? 손에 쥔 것들을 이젠 절대 놓을 수 없는 나이가 돼서 세상이 두려워진 걸까?
정해연 작가의 <더블>은 한쪽엔 타고난 사이코패스를, 다른 한쪽엔 잠재된 괴물을 후천적으로 끄집어낸 인물을 위치시킨 채, 그 둘의 대립을 얘기한다. 공교롭게 둘 다 형사다.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떠올랐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범죄의 세상을 지켜보는 형사들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의무와 책임, 신념만으로 버텨내는 그들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상상이 안 간다. 아니,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작가는 자기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루하지 않았다. 범죄 소설에 '우연은 없다'라는 걸 생각한다면 이야기의 전개가 예측 가능하지만 그래도 아주 재미있게 읽힌다. 적당히 생각할 거리도 있고, <홍학의 자리>에서도 그랬지만 현실과 맞닥뜨리며 서서히 밑바닥을 드러내는 인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을 쉬면서 우리나라 작가들의 소설을 골라 읽어보겠단 계획을 세웠고 대여섯 명의 작가와 작품 하나씩을 책장에 담았다. 그런데 계획과 다르게 도장 깨기 형태가 되어가는 중이다. 원래 의도대로 되진 않았지만, 이것도 괜찮지 싶다. 그들이 풀어내는 세상이 내겐 특별하단 얘기니까. <유괴의 날>로 넘어가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