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레 미제라블 3 (한글) 더클래식 세계문학 83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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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의 시작과 끝은 테나르디에의 아들이 담당한다. 하지만 그 외의 대부분은 철저하게 마리우스 중심 서술이다. 마리우스는 2권 워털루 전투 뒷부분에 잠깐 등장했던 인물의 아들이며 작가인 빅토르 위고의 모습이 가장 많이 투영된 캐릭터로 보인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의 할아버지 질노르망부터 시작되는 가족사가 펼쳐지고 앞으로 전개될 사건의 바탕이 될 인물들이 소개된다.

 

1, 2권에 대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되는지 3권의 일부 내용을 통해 소개해 본다. 왕당파인 질노르망이 현 시국에 대해 한탄하고 있고, 손주뻘인 테오뒬이 할아버지 말에 거의 무조건 긍정하는 대화가 아주 길게 이어지는 상황이다.

 

도대체 낭만주의란 게 뭐냐? 도대체 어떤 건지 좀 말해 봐라. 모두 미친 짓이야. 1년 전에 그 미친 소동은 너희를 <에르나니>로 몰고 갔지. 그런데 좀 물어보자. 도대체 <에르나니>란 게 뭐냐? 대구(對句)의 집합체가 아니냔 말이다. 프랑스어로 썼다고 할 수도 없는 그런 글 아니냐?

...

옳은 말씀입니다, 할아버지.

 

테오뒬이 말했다.

(본문 중)

 

에르나니? 에르나니가 뭐지? 검색 후 빅토르 위고가 실제 쓴 연극임을 알게 된다. 1830년에 초연된 이 작품으로 고전극의 전통을 지키려는 고전주의와 그것을 깨려는 낭만주의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렇군... 질노르망은 골수 왕당파에 보수적 성향이라 새로운 경향보단 고전주의에 더 호의적인 모양이야.

 

그럼요. 정말 지당한 말씀만 하시네요.

 

중위가 외쳤다.

 

질노르망 씨는 어떤 몸짓을 보이려다 말고 고개를 돌려 창기병 테오뒬의 얼굴을 물끄러미 쏘아보더니 말했다.

 

넌 멍텅구리구나.

(본문 중)

 

? ? ! 나한테 욕한 거 맞지? 맞는 거 같은데. 각종 동의어가 갑자기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머저리, 멍청이, 바보 천치, 얼간이. 내가 살다 살다 빅토르 위고한테까지 욕을 먹을 줄이야.

 

대략 이런 분위기가 책을 읽는 내내 지속된다. 물론 프랑스 역사, 특히 프랑스 혁명 이후 역사에 지식이 있다면 멍텅구리가 될 이유는 없다. 거기에 더해 다방면에 지식이 출중하다면, 어느 시대 사람인지도 모를 수많은 인물과 일화들이 한 문단 안에 수두룩하게 등장해도 절대 꿀릴 이유도 없다. 뭐 그렇다. 움베르토 에코 아저씨도 나한테 욕은 안 했던 거 같은데.

 

어쨌든 3권은 앞서 언급했듯 철저히 마리우스 중심 서술이라 장발장과 코제트가 등장하지만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마리우스가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재미있어진다. 자베르는 극적인 순간에 아주 멋지게 등장한다(아저씨 좀 멋진데!). 장발장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시대의 엑스맨 같은 느낌. 사람이 아니고 초인이야, 초인(아다만티움으로 만든 클로가 손에서 튀어나오는 거 아니겠지?).

...

...

 

멍텅구리가 맞는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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