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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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폭파된 곳이지만 열심히 글을 써 올리던 블로그가 있었다. 그곳에서 독특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포스팅을 하면서 하나의 주제로 다섯 개의 글을 올렸는데 일상적인 나의 얘기인 듯 시작해서 세 번째 글 말미부터 허구(소설)로 전환했다. 눈치가 빠른 이웃들은 글이 속한 카테고리를 보고 처음부터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글을 따라오다 아차 싶었던 분들도 꽤 있지 않았나 싶다. 그때 그 글은 영상이나 책이었다면 불가능한 전개 방식이었다. 블로거들과 상호작용하는, 글만으로 나름대로 소통이 이루어지던 블로그였기에 가능한 반전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반전이 그런 식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웹툰이었다면 불가능했을 반전, 오직 문자로만 전달되는 책이기에 가능한 반전. 그래서 그 순간에 도달했을 때 !’ 하는 순수한 탄성이 나오는 게 아니라 ? ~’ 하는, ‘이런, 당했네라는 의미가 포함된 탄성이 흘러나오는 반전.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가 당연하다 여기고 일상적이라 생각하는, 평균이라는 단어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대상을 그들의 본질과 관계없이 재단하며 사는 걸까? 당연, 일상, 평균이란 단어는 언제부터 이렇게 주관적인 단어가 되어 버린 걸까?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재미있게 진행된다. 특정 인물이 밑바닥을 보이기까지 그 심리 변화를 쫓아가는 것도 제법 흥미롭고. 다만 평균이란 틀을 이용해 독자들을 가둬두고 그 틀을 깸으로써 충격을 주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이 부분이 다소 허탈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난 장르 문학을 좋아한다. 작가의 글을 몇 권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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