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벨 아미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40
기 드 모파상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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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가진 그를 보노라면 통속소설에 등장하는 악당이 떠올랐다.


가식과 허세와 타락으로 물든 프랑스 파리 사교계에서 출세하는, 가진 거라곤 매력적인 몸뿐이었던 젊은 남자의 이야기다. 아니다. 가진 게 하나 더 있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지녔던 것보다 더욱 두드러지는 속물근성. 출세욕, 이기심, 여성 편력, 체면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자기중심적 사고와 어우러져 엄청난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어느 정도냐면, '어우 야, 이거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을 정도.

 

그러다 든 생각. 왜 이렇게 거부감이 심할까? 영화나 소설에서 비열하고 치사한 악인 캐릭터를 많이 봤지만, 거부감이 이렇게 심하진 않았는데.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 싶어 기억을 더듬다가 문득 한가지 예가 떠올랐다. 그리곤 바로 공통점을 알았다. 현실감. 요즘을 사는 우리는 가면에 익숙하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아주 세련된 가면을 쓰고서 내면을, 속성을 감춘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가면을 벗은 날것 그대로의 욕망과 마주하게 되고 불행히도 그 욕망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특별하거나 유별난 자가 아니더라도 가질 수 있는 욕망, 나에게도, 내 주변 누군가에게도 잠재된 현실적인 욕망, 게다가 만족할 줄 모르는 끝없는 욕망이 이 글 속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학창 시절 모파상이란 작가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기억하는 건 이름뿐. 그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당시 처음 작가의 이름을 들었을 때 '노파''고물상'이라는 뜬금없는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나 모르겠지만 사춘기 시절 아이들의 머릿속을 이해하는 건 포기한 지 오래다. 어쨌든 수십 년이 지나서 이 작품을 접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도 하나 정도는 더 읽어봐야겠구나 싶은 생각이다. 만약 이번 작품과 똑같이 강렬한 거부감을 선사한다면 더는 시도하지 않을 거다. 난 아무래도 가면을 벗은 존재에겐 적응하지 못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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