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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
데이비드 R. 도우 지음, 이아람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수필인데 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죽음을 앞둔 사형수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의 이야기이기에 나는 여러 사형수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형식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예상과 달리 책에는 많은 사형수가 등장하지 않는다. 몇년 전부터 변호해 왔던 와터맨이라는 사형수와 암에 걸려 결국 돌아가시게 되는 장인어른, 그리고 그의 가정이 키우던 도베르만 반려견의 죽음이 맞물린 시기의 기록이 이야기의 주다. 그는 당시 일기를 썼다고 한다. 따라서 이야기의 내용들은 기억에 의존한 것들이긴 하지만 비교적 사실을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제목은 죽음으로부터 배운 것 인데 책은 그게 무언지를 콕 집어 지목하지 않는다. 그저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들과의 관계속에 삶에 대한 잔잔한 무언가를 던진다. 책은 참 담담한데 몇번이나 울컥 울컥 올라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저자의 깊은 속내를 다 이해할 순 없어도 삶의 소중함이라는 평범한 진리는 결국 죽음을 맞닥뜨릴 때에야 비로소 분명해 지는 것 같다. 한편 책을 보면서 이중적인 갈등을 겪어야 했다. 책에 등장하는 사형수는 그가 저지른 끔찍한 죄와는 별도로 제법 괜찮게 그려진다. 책의 저자가 사형을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보니, 또 책의 의도를 부각하기 위해서 괜찮은 사형수를 등장시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사형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죄를 입증하는 사법체계의 불완성을 대충이나마 느끼면서도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인면수심의 죄를 태연하게 저지르는 이들을 보면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응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의 생각은 차분하면서도 잔잔히 이어지는 저자의 필력에 조금씩 흔들렸다. 사형수의 현재 생활을 보지 못하고 그들이 저지른 죄에만 초점을 맞춰 사형이 내려진 판결을 뒤집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현실에 저자와 같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