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컨피덴셜 - 전략전술의 귀재들이 전하는 비즈니스 성공술
피터 어니스트 & 메리앤 커린치 지음, 박웅희 옮김 / 들녘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한 저술가가 전직 cia 고위 간부를 인터뷰하고 쓴 책이다. 인터뷰이인 피터 어니스트는 cia를 거쳐 현재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cia의 경험이 경영의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도움이 되는 내용은 무엇인지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이 쓰여졌다.

 

유감스러웠던 건 컨셉 자체는 좋았지만 책이 기대만큼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해 온 cia라는 미국의 정보기관의 여러 기법들이 소개되고 그런 기법들이 기업 현장에서 기발하게 사용되는 생생한 사례들을 접하고 싶은 기대는 무너졌다. 아주 평이한 내용들이었다. 늘 보아왔던, 늘 들어왔던 그런 내용들말이다.

오히려 정보기관과 기업이라는 다른 분야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 책에선 산만한 방향으로 나가게 한다. 흥미진진한 첩보이야기도 아니고 경영이야기도 아닌 어정쩡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사람을 어떻게 쓸 것이냐고 두번째는 정보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 세번째는 조직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이다. 사람을 다루는 첫부분을 보면 cia에서 어떻게 조직원들을 뽑는지 실례를 들어주는데 너무나 무난하다. 정보요원으로 일하는 인재의 핵심은 충성이다. 국익을 우선시해야하고 정보요원의 특성상 잦은 외근에 수시로 위험을 감수하는 업무 등 cia의 사례를 든다. 문제는 구체성이다. 열정있는 사람을 뽑는 것, 그러기 위해 면접을 45분씩 진행하는 것과 여러 단계의 시험을 치르는 것은 이미 다른 기업들도 하고 있는 것들이다. 작가는 그저 그런 이야기를 나열하고 기업과의 연계성을 이끌어낸다. 구체적으로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무난하고 일반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 책이 제시하는 것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후반부가 조금 낫긴 하지만 책의 나머지 부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어쩌다가 왜 이런 책이 나왔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전직 cia 간부라면 분명 뛰어난 사람일텐데 말이다. 그리고 나름의 해답을 내려 보았다.

첫번째 이유는 책의 저술 방식에 있다. 책은 cia 간부였던 피터 어니스트를 비즈니스와 행동 심리학 분야에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한다는 매리앤 커린치가 인터뷰함으로써 쓰여졌다. cia 라는 눈길을 끄는 이력을 가진 인터뷰이를 동원해 관심을 제고하려는 기획으로 쓰여진 것으로 생각된다. 어니스트가 직접 책을 썼더라면 지금의 내용보단 더 구체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두번째는 정보기관과 기업과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통점을 끌어내려고 해도 양자의 환경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구태여 엮으려고 한다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책의 컨셉은 정보기관의 노하우를 기업환경에서 배우자는 것인데 사실 이런 가정부터 문제가 있다. cia가 각종의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예산부터 국회의 배정과 정부의 감시를 받는 공기업이다. 보통 기업의 운영원리들은 사회 환경과 기업의 필요성때문에 학자들에 의해 개발돼 기업에 우선 적용되고 5년에서 10년의 시간이 흘러 그 중에서 검증된 것들 일부를 정부 조직에 적용하게 된다. cia가 정부라는 지위를 이용해 과학 기술적 접근 우수할 지 모르지만 운영원리라는 측면까지 앞서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그 순서를 뒤집으려 하니 어색한 모양새가 된 것일 수도 있다.

세번째는 이야기의 전달자인 어니스트의 역량의 부족이다. 미국은 정부 관료와 기업 사이에 별다른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니스트가 현재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정부 관료라는 이력때문에 채용되었을지 모른다. 기업인으로서의 뛰어난 능력이 없다면 경영 관련한 훌륭한 이야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네번째는 보안상의 이유다. 구체적이고도 더 재밌는 사례들을 제공하기에는 보안상의 어떤 이유로 인해 어려움이 있을지 모른다.

서로 다른 분야를 묶는 통섭은 듣기엔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각 분야의 본질적인 분야까지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겉부분은 당연히 다른 것인데 공통성을 추출하기 위해선 껍데기를 벗겨내고 내용을 정제한 끝에야 이루어진다. cia와 기업은 유사성도 있겠지만 차이점이 더 많다. 겉으로 들어나는 유사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유사점과 이에 대한 적용인데 이를 성공하기란 웬만한 역량으론 어려운 일일 수 있다. cia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흥미진진한 영화가 많으니 이런 영화를 보는게 재밌겠다. 기업이 궁금하다면 저명한 책들이 시장에 널려 있으니 그런 책을 보고 기업에 대해 아는게 좋겠다. 양자간의 공통점과 도움될 내용이 궁금하다면 영화를 본 감상문을 기업 관련서적에 적용해 보고 상상해 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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