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장르에 한해서 어떠한 사족도 필요하지 않은 작가들이 있다. 추리와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런 작가의 범주에 미카미 엔을 넣는 것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의 작가인 미카미 엔이 이번엔 고서당이 아닌 사진관을 들고 나타났다.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역시나 표지는 그녀의 책임을 증명하듯 예쁘장한 여인이 그려져 있다. 고서의 얽힌 미스테리가 아닌 사진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어낼것 만 같은 이야기.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가슴을 벅차게 만들지 궁금해지는건 미카미 엔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미카미 엔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문을 열어보고 싶은 곳. 니시우라 사진관이다.

 

 

백 년 넘게 영업해 온 사진관이라니 일본답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이 대중화된 지금은 명맥을 유지하기가 힘든 곳이라고 말을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니시우라 사진관'은 그런곳이다. 100년이 넘게 영업해 온 사진관을 운영하시던 할머니가 죽음을 맞이하셨다. 외손녀인 마유가 떠밀리다시피 사진관을 정리하고 아직 찾아가지 않은 미수령 사진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수령 사진은 그냥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게다가 이 사진을 찾기 위해 사진관을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사진관 문을 닫는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미수령 사진속에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찍혀있는 사진 속 남자, 마도리. 소설은 미스테리와 스릴러로 넘어가야만 할 분위기인데, 오싹한 느낌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기억을 잃은 남자 마도리가 사고 후 기억을 잃고 나서 사진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은 스릴러 보다는 꽤나 잘생긴 이 남자의 비밀이 무얼까 궁금하게 만들고, 혹 이 소설이 SF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그렇게 터무니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마유와 마도리는 사진관에 남겨진 사진들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가게 되고 이렇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두 사람은 어느새 한팀이 되어 다른 에피소드들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미카미 엔의 저력이 어디 가겠는가?

 

그리 묵직하지 않은 책 속에 들어있는 에피소드들은 묵직함으로 다가오는데 사진속 인물들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깊은 사연들을 숨기고 있다. 어두운 과거를 지닌 사람들만 니시우라 사진관에 찾아와 사진을 찍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카미 엔의 작품 속 인물들은 알수 없는 마력에 끌리듯 사진관으로 모여드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저마다 말할 수 없는 과거를 지니고 있다. 기억을 잃은 남자, 사진 유출로 충격을 받고 다시는 카메라 앞에 설 수 없게 된 배우, 훔친 은으로 만든 결혼반지로 청혼한 남자……. 니시우라 사진관은 일본이 배경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도제의 느낌을 풍기고 있다. 물론, 갈 곳 없는 사람들의 휴식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언제든 원하는 만큼 쉬었다 가는 장소였던 사진관. 여전히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곳곳에 숨겨진 비밀들을 파헤칠수록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 곳이 니시우라 사진관이다. 미수령된 사진들 속 인물들만에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것은 아니다. 니시우라 사진관을 이끌어가는 마유의 이야기는 각 에피소드들마다 조금씩 녹아져 있다가 큰 강에 이르러 돌아가신 할머니가 어루만져 주듯 풀어내고 있다. 각자의 오해로 오랜 세월 겹겹이 쌓이고 엉켜 풀수 없게 된 듯한 실타래를 소리 없이 천천히 풀어주는 것 처럼 말이다.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용기는 쉽지 않다. 찾지 못하도록 고치 속에 숨겨둔 과거를 스스로 파헤치는 것은 더욱더 어렵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남의 잘못과 실수를 말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과오를 이야기 하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노력 속에서 사람은 세상을 제대로 된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내 잘못이 아니라고 무조건 우기는 것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도태되어 가는 것이다. 그런 이들은 니시우라 사진관을 찾길 바란다. 그곳이 지금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그곳의 문을 한번 두드려보자.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결 할 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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