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경심 3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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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드라마가 끝이 났다. 책을 읽은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는 이야기인데, 난 이제야 3권을 쓰고 있다. 몇달전 읽은 책을 쓰려니 자세한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그저 안타까움만 남아 있다고 해야할까? 1,2권을 통해 만났던 약희는 청나라 강희제 시대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었다면 3권의 약희는 순애보를 그리는 인물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 싫어하는데, 읽으면서 눈물이 나는건 어쩔수가 없다. 3권은 약희만의 이야기로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읽는 내내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걸 보면 동화 작가의 필력이 애간장을 녹이는 재주를 가지고 있음엔 틀림이 없다.

 

 

21세기를 살던 장효라고 해도 지금 그녀가 살고 있는 세상에 사람들은 18세기를 살고 있다. 그당시가 어땠는지는 많은 문헌들을 통해서 알고 있듯이 동물들의 약육강식의 세계와 다를바가 없었을 것이다. 권력을 가지기위해 피로 얼룩질 수 밖에 없었던 황자들의 운명. 약희는 그들 중 최후의 승자를 알고 있었고, 역사를 바꾸고 싶어하는 약희의 뜻과는 상관없이 역사의 물결은 흐르고자 하는 방향대로 나아가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큰 물결을 작은 날숨으로는 바꿀 수 없음을 알면서도 역사의 비극을 알고 있는 사람은 가슴 아픔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약희의 가슴은 무너지고 무너져서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을것이다.

 

'사랑으로부터 근심이 생기고, 사랑으로부터 두려움이 생긴다. 사랑이 없으면 근심이 없는데 두려움인들 있을까? 그러니 사랑을 말라, 이별은 고통스러울 뿐이니. 사랑도 증오도 없으면 그것이 곧 구속받지 않는 것이다.' (p.394)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랑은 변한다. 외사랑이 두사람의 사랑으로 변하기도 하고, 아무 관심이 없던이가 어느 순간 마음 전부를 차지할 수도 있다. 그 사랑의 변화를 약희는 <보보경심>을 통해서 보여준다. 윤사와의 사랑이 윤진에게로 옮겨가면서, 처음엔 분명 윤사에 안위를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사황자를 조심하라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가 그녀의 마지막 사랑이라 여겼을테니 말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모든것을 시나브로 적시고 자신보다 커다란 존재로 다가왔을때 약희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지존에 자리에 앉은 사람. 그 사람이 그 자릴 지키기 위해 약희에겐 소중했던 사람들을 제거할 수 밖에 없는것을 알게 되었을때, 머리로 아는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완벽한 18세기 마이태 약희가 된 장효. 장효의 정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강희제의 유지로 14황자의 측복진이 되어 윤진을 떠난 약희. 같은 필체의 약희와 윤진. 필체가 그 둘사이에 벽을 쌓게 만들지 누가 알았을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느 시기에 죽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죽음을 거부할 수는 없고, <보보경심>의 모든 인물들도 죽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음 세대는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낸다. 사랑에 모든것을 포기한것 같은 십삼황자 윤상의 아이, 홍주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조심조심 걷는 <보보경심>이었건만 다가오는 죽음은 막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사랑이 남아있어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외사랑도 가슴 아프지만, 어긋난 사랑도 가슴 아프다. 역사 속 윤진이 <보보경심>속 윤진이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동화가 그려낸 윤진과 약희는 사랑에 모든것을 들려준다. 다 사라져버렸다 느꼈을 때도 타인의 삶은 오랬동안 계속된다. 그리움을 가슴 깊이 숨기면 살아가는 사람도, 그리움을 놓고 사라져 버린 사람도 그리움은 사랑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남아있다. 18세기로 타임슬립한 장효의 로맨스는 해피엔딩도 세드엔딩도 아니다. 누구의 눈으로 바라봐야할지조차도 갈팡질팡하게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그져 남은 자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낼 뿐이다. 지금 우리가 21세기 이 험한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애잔하게 과거를 그리워하는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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