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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출판사가 창해라 고민없이 집어 들었다. 어라, 그런데 요 책이 <돌아와요 아저씨>의 원작소설이란다. 더 혹하게 생겼다. 몇편 안본 드라마중에 내가 봤던 드라마였으니 말이다. 다들 재미 없다고 하는데 나혼자 정지훈과 오연서의 코믹연기에 킥킥거리고 웃었고, 원작이라고 하니 더 혹 해버렸다. 그런데, 작가가 아사다 지로다. 창해도 <돌아와요 아저씨>도 범접할 수 없는 이름이 아사다 지로다.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린시절 만났던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 눈물 콧물 다 빼면서 읽었던 작가의 다른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는 옛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너무 옛친구를 만난 느낌이 난다. <돌아와요 아저씨>를 만났을때도 그러더니, 이거 이거... 읽었던 책이다. 『안녕, 내 소중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1.2권 으로 되어있던 책이 합본이 되어 나왔다. 당시야 책값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으니 두권이어도 훨씬 저렴했지만, 어쨌든 읽은책을 또 신났다고 영 다른 이야기라고 좋아라 하고 있으니 참.. 그렇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읽는 책이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이런 사후세계나 다른 모습으로 현신되는 이야기들도 종종 읽어서 인지, 와~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드라마의 영향인지 자꾸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드라마는 책의 모티브만을 따왔을 뿐 책 속 어디에도 정지훈 느낌이 나는 간지나는 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물론, 김수로같은 한결같은 로맨티스트도 없다. 그대신 드라마 속 인물들보다 더욱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일본에선 죽음을 맞이한 영혼이 7일간 중유(中有)라는 곳에 머무르게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지 소설속엔 중유라는 공간이 나온다. 같자기 죽음을 맞이한 백화점 과장 쓰바키야마 과장은 죽음을 맞이한곳에서도 고민해야 할것들이 너무나 많다. '초여름 대 바겐세일은 과연 성공리에 끝났을까? 죽기 얼마 전에 구입한 대출금은 어떡하란 말인가? 12살이나 어린 아내와 7살짜리 아들은? 게다가 홀몸으로 자신을 뒷바라지만 하다가 치매에 걸려버린 아버지는? 집안 책상에 숨겨놓은 야한 동영상들은 어떡하지?' 같은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숨기고 싶은 치부로 부끄러워 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은 쓰바키야마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유에서 만난 의리파 조폭두목 다케다,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야 한다는 7살짜리 소년 렌 짱.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중유청으로 부터 이들 세사람은 이승에서 꼭 확인하거나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인정을 받고, 죽은 뒤 나흘 만에 단 사흘 동안의 환생을 허용 받는다. 생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환생을 하면서 쓰바키야마 과장은 빼어난 몸매의 젊은 미인으로, 다케다는 중후한 인품을 갖춘 중진 변호사로, 렌 짱은 총명한 소녀로 환생한다. 물론, 모든 환생에는 댓가가 따르기 마련이고 세 사람은 ‘시간엄수, 복수 금지, 정체의 비밀유지’라는 세 가지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그야말로 저승세계에서 큰일을 당하게 됨을 통보 받는다.
이유불문하고 죽음은 생전을 잊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승에서의 한을 풀기위해 다른이의 몸으로 환생한 사람들. 아무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전의 누군가와 오버랩하지는 않는다. 가끔 저렇게 행동하던 사람이 있었지하고 생각을 할수는 있지만 말이다. 단 사흘. 그 시간동안 모든 한을 풀 수 있을까? 치매에 걸려 돌보지 않던 할아버지와 어린 아들.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세사람이 찾아가는 사흘동안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듯 보여지기 시작한다. 아주 아주 예전에 이런 일들이 있었지하고 이야기 할머니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듯이 말이다.
시간엄수, 복수 금지, 비밀유지가 생각 처럼 쉽지가 않다. 단 사흘간이라도 말이다. 말하지 않고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남아있는 이들에게 이야기 할수 없는 사람들. 스바키야마, 다케다, 렌짱이 모두 이승의 한을 풀고 중유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꼬였던 실타래들은 풀어진다. 이게 해피엔딩일까? 일본의 사후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해피앤딩이다 아니다를 이야기하기가 힘이든다. 분명 기분좋은 느낌으로 글은 다가오는데, 내게 느껴지는 내용들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아시다 지로의 원작은 이미 일본에서 연극.드라마. 영화등으로 이미 충분히 검증받은 절정의 휴먼 판타지 코믹드라란다. 2009년 TV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그곳에서 원작을 어떻게 풀어냈는지는 모르겠다.
십여년전에 읽었을때와 다른 느낌이 든건 분명 내가 그동안 이런 비슷한 책들을 너무 많이 접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책들의 근간은 아사다 지로가 만들었을 것이다. 그의 책을 읽고 많은 작가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을 펼쳤을테니 말이다. 그러기게 아사다 지로의 책에서만 느낄수 있는 행복이 있고 감동이 있다. 다른 책에서는 만날 수 없는 처음의 설렘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같은 아사다 지로의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화려한 표지로 번쩍임에도 불구하고 옛이야기를 품고 있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