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평점 :
현재 세이카 학원 중등부 3학년인 아키요시 소타는 D반이다. 그리고 그가 속한 D반이 교내에서 '피난소 생활 체험캠프'를 열었던 6월 14일 토요일 밤, 사건이 벌어졌다... (p.15)
이야기의 발단이다. 중등부 체험캠프에서 무언가 긴박한 사건이 벌어졌음에 틀림이 없다. 의심을 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와 같지 않을까 싶다. 미미여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니까. 처음 책을 만났을때의 느낌은 살짝 실망스러웠다. 이거 뭐야. 한두시간이면 다 읽을 만한 분량의 단편같은 느낌의 책이 아닌가? 무게감은 느낄 수도 없는 얇디 얇은 이야기속에서 미미여사가 들려주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궁금했다. 궁금하지 않았다고 하면 진실이 아니다. 어쨌든 중등부 3학년 체험캠프에서 뭔가 벌어졌다고 하니 어떤 일이 벌어졌고, 해결은 되었는지 그 끝을 보고 싶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701/pimg_7045411761446529.jpg)
도쿄의 사립중학교에서 재난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한 1박 2일 교내 캠프 도중 히노 다케시라는 남자 교사의 부적절한 언동이 알려져 파문을 빚는다. 공격의 대상이 된 학생이 한밤중에 무단으로 학교를 빠져나가버리고, 또다른 학생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끝에 자살미수 소동까지 일으킨다. 교사를 제외하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학생들의 진술이 일치하는 상황. 그러나 히노 다케시는 학생들의 주장을 부정하며 정면으로 대립하고, 끝내 징계해고를 당한 후에도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피해자 학부모의 의뢰를 받아 사건을 조사하던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로는 우연히 교사 측 변호인을 맡은 후지노 료코를 만나고, 둘은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진상을 파헤치는 데 협조한다.
사립탕점과 변호인이 주요 인물이겠구나 싶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어디서 먆이 듣던 이름이 아닌가? 『솔로몬의 위증』으로부터 약 20년 후, 어엿한 프로 변호사가 된 주인공 후지노 료코. 처음엔 상상도 못했다. 중간부분에 변호인 료코가 자신의 학창시절을 이야기하면서 그녀가 『솔로몬의 위증』속 똑부러지던 소녀, 후지노 료코인 줄 알았다. 이제 이 이야기는 료코와 사부로가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이도 하지만, 내속에 추억으로 갈무리해둔 료코를 현실의 세계로 끄집어 내는 작업으로 변해 버린다. 『솔로몬의 위증』을 읽은지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음에도 과거의 친구를 소환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뿐일까? 주인공 이름을 못 외우는건 참 문제다.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로는 어떤가? '행복한 탐정'시리즈의 알다가도 모를, 오만 곳에 오지랖을 피우던 그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제 이 얇은 책은 사립중학교에서 일어난 일로 마무리되어질수가 없다. 미미여사의 히어로들의 출동이니 말이다. 스기무라 사부로와 후지노 료코의 조인이다. 어떤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 될 수 없다. 그게 더 이상한 일이 되어버렸다. 3학년 교실에서 벌어지던 소리없는 전쟁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교사 히노 다케시의 가정사까지 들여다 보아야만 해결할 수 있어진다. 그리고 그일들을 콤비아닌 콤비가 되어버린 스기무라 사부로와 후지노 료코가 우리앞에 숨기고 싶던 폐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으로만 바라 볼 수 있는 진실들이 있다. 그런 진실들은 외면한다고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인간답게 사는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그러기에 정의를 갈망하던 후지노 료코의 소환에 환호하고,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이 막강 콤비에 열광한다.
'음陰의 방정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과 학생,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 이끄는 쪽과 따르는 쪽, 억압하는 쪽과 억압받는 쪽의 조합부터 잘못되었고, 그러니 어떤 숫자를 넣어도 마이너스 답만 나온다.' (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