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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ㅣ 비룡소 클래식 40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6년 5월
평점 :
비룡소 클래식에서 『걸리버 여행기』가 '무삭제 완역본'으로 출간되었다. 어린시절에 걸리버 여행기는 충격적이었다. 아니, 처음 걸리버 여행기를 책으로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TV동화나 만화로 만났던 걸리버 여행기는 각각의 새로운 이야기였던 것 같다. 외국엔 걸리버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 했던 이유는 소인국도 거인국도 하늘을 나는 나라도 각각의 새로운 나라로 다가왔기에 그속에 나오는 걸리버라는 인물은 신기한 인물일 뿐 이었었다. 아마, 중고등학교때까지도 이 소설이 그렇게나 당대 위험하고 불온한 풍자문학의 걸작이라는 걸 몰랐었던 것 같다.
영문학을 접하면서 『걸리버 여행기』를 다시 만났었고, 이 소설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걸리버 여행기는 내가 알고 있던 재미있고 쉬운 동화가 아닌 거대한 양서로 다가왔었는데, 그 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총 4부에 걸친 걸리버의 이야기가 『걸리버 여행기』다. 항해 중에 난파해 소인국인 릴리펏에 도착해서의 이야기, 거인국인 브롭딩낵의 이야기, 하늘을 나는 섬나라 라퓨타에서의 이야기와 말들이 주인인 휘늠 나라에서의 이야기까지 걸리버가 여행을 한곳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걸리버 여행기』가 영국에서 출간된것이 1726년 이니, 지금의 시대에서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와는 겨눌수가 없을 것이다.
어린시절 걸리버만을 따라갔을때는 걸리버가 있는 곳이 정의처럼 느껴졌었다. 그가 있는곳이 전쟁에서 승리를 해야만 옳은 것으로 알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항상 따라다니는 로맨스는 걸리버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이야기처럼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읽을 수록 묘하다. 걸리버가 여행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그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걸리버가 기준이었을때 릴리펏의 주민들은 소인이고, 브롭딩낵의 주민들은 거인이다. 하지만 그들이 기준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걸리버가 말도 안되는 거인으로 화하고 말도 할줄아는 귀여운 애완동물 같은 소인이 되어버린다.
『걸리버 여행기』를 논할때면 언제나 당대 너무 위험하고 불온했던 책이자 풍자문학의 걸작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물론 어른이 되어 책을 읽고, 책의 평론을 읽으면서 알게되는 내용이다. 나는 본적도 없지만, 1부에 나오는 릴리펏 궁정은 당시 잉글랜드 궁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고, 높은 굽을 신는 트라멕산은 고교회파 토리당을, 낮은 굽을 신는 슬라멕산은 저교회파 휘그당을 가리키며 철저하게 낮은 굽 당원만 기용하는 황제는 휘그당 내각을 구성한 조지 1세를, 양쪽 굽 높이가 달라 절뚝거리며 걷는 황태자는 두 당 모두와 친분이 있던 왕자 조지 2세를 연상시킨다고 출판사에서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러니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풍자가 숨어있는 풍자문학의 걸작이라고 할만하다.
풍자문학의 걸작. 풍자문학의 대가라는 조너선 스위프트가 독설과 풍자로 감옥에 갇힐 것을 각오하고 펴낸 걸작이라는 『걸리버 여행기』 속에 담겨진 풍자를 알지 못해도 기이한 모험담 속에 담겨 있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뜨거운 고찰이 아니더라도 『걸리버 여행기』는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아서 래컴의 삽화는 읽는 재미는 더해주고,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준다. 부모가 읽고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읽으면서 세상을 새롭게 보기에 『걸리버 여행기』는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속성을 만나는 재미는 무시 못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작품을 무삭제 완역본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지금 만나보자. 이 근사한 문학작품의 향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