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케제르의 정통 프랑스 빵 레시피 에릭 케제르의 레시피 시리즈
에릭 케제르.장 필립 드 토낙 지음 / 참돌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어렸을때 집이 가계를 했었는데, 그때는 달걀장수 아저씨가 자전거로 배달을 하곤 하셨었다.  달걀을 하나씩도 팔던 때였으니, 자전거 배달이 가능했겠지만, 이 자전거 배달은 사고의 위험성이 굉장히 컸었다.  한번은 아저씨의 자전거가 쓰러지면서 달걀이 깨지고 난리고 났었는데, 주변에 있던사람들이 온전한 달걀은 추수려서 아저씨를 주고, 떨어져 있는 달걀 중 먹을 수 있는 부분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계로 배달을 하러 오시던 중이었으니, 아버지도 달걀을 고르셨던것 같다.  문제는 그 많은 달걀이었는데, 그럴로 아버지가 빵을 만들어 주셨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걸 빵이라고 해야하는지, 떡이라고 해야하는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밀가루가 들어갔으니 빵이 맞을것 같다.

 

오븐도 없이 찜기를 사용해서 만들어 주신 그 시큼한 빵맛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도 효소 사용하셨던 막걸리를 너무 많이 넣으셔서 그런것 같은데, 그때는 술빵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빵은 그냥 좋았었다.  달걀도 귀한 시절에 달걀 잔뜩들어간 시큼한 빵.  아마도 베이킹을 하고 싶었던 건 아버지가 만들어 주셨던 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고 오븐을 들이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었다.  가격이 만만하지도 않았었지만, 베이킹을 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계속 밀다보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도 한참이 지나서 오븐을 구입했었다.  미니 컨벤션 오븐이 나오면서 금액적으로 부담이 안갈때쯤 샀으니, 결론은 경제력이었을까?

 

 

처음 오븐을 구입하면 오븐보다 제반비용이 훨씬 많이 들지만, 그래도 몇달은 집안에 빵냄새가 가득하게 된다.  전자 저울로 재료들의 양을 재고, 체에 두번을 쳐서 동량의 재료들을 넣어 반죽하고 숙성시킨후 구워내는 시간은 계속에서 오븐속으로 눈이 돌아가고, 따뜻하게 구워진 빵과 함께 갓 내린 커피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행복하게 만든다.  이사를 하기위해 집을 내놓을때는 빵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라는 말이 왜 그런지 알 정도로 말이다.  요즘은 워낙에 빵에 대한 레시피도 많고 건강을 생각한 재료들도 많지만, 이렇게 딱 떨어지게 정통 프랑스 빵 레시피를 보여주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프랑스 국내외에서 수많은 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에릭 케제르는 진짜를 찾는 사람들에게 눈가림 하지 않고 정직하게 만든 빵보다 진짜라는 느낌을 더 잘 보여주는 게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에릭 케제르의 레시피는 사진작가인 마시모 페시나의 의해서 세심한 시선을 좇아가게 해주고 있는데,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간다.  1996년 9월 13일, 파리 몽주 거리 8번지에 처음 가게 문을 열었다는  에릭 케제르는 아버지의 빵집에 대한 기억에서 부분적으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벽돌 화덕에서 빵을 굽는 풍경이 보이는 그런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고 하니 제대로 반죽해서 제대로 구워내어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살에 독특항 향이 나는 빵은 그의 바람에서 나왔을 것이다.

 

 

어느 레시피 책에서나 찾을 수 있는 재료에 관한 이야기 말고, 이 책에서 만족스러운 이야기는 <실수를 통해 비우기>라는 챕터다.  당연히 처음 빵을 만들면 실패를 한다.  '레시피에서 나온 대로'하는 것보다 반죽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븐의 온도가 다 다르니 당연한 말인데, 처음엔 어찌나 놀라게 되는지 모른다.  초보들이 흔하게 하는 실수와 원인이 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단계별로 정리해 둔 것이 있으면 고맙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직 반죽 기계가 없는 나로서는 기계 반죽과 손 반죽을 같이 보여주고 있어서 좋다. 

 

 

만들어 보고 싶었던 빵들의 향현이다.  에피, 피셀, 트레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오징어 먹물빵에 들어있는 오징오도 재미나다. 그뿐인가?  플레인 치아바타도 푸가스도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제빵의 세계는 얼마나 넓은지 모른다.  왠간히 제빵을 하는 이들을 위해서 <표로 보는 제빵 레시피>를 부록으로 첨부한것도 눈에 띄는 장점중 하나다.  빵을 만들면서 하나 하나 보면서 만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다.  프랑스 전통 빵, 특별한 가루로 만든 빵, 자연 효모로 만든 유기농 빵, 부재로를 넣은 빵, 오일을 넣은 빵, 단맛이 나는 빵과 페이스트리, 소형 프랑스 빵, 프랑스 여러 지역의 전통 빵과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빵까지 빵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연 에릭 케제르와 마시모 페시나가 만들어 놓은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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