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 그림이 딱 오베 아저씨다.  59세보다는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책 속 오베 아저씨가 실제로 존재 한다는 이런 모습일것 같다.  완벽하게 각잡힌 모습이지만 짜증과 신경질로 똘똘 뭉쳐있는 남자.  아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 말이다.  털이 듬성듬성 빠져 곁에 두고 싶지 않음에도 아내가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곁에 두고 있는 고양이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남자.  양말이나 속옷도 혼자서는 찾을 수 없고, 언제나 동일한 패턴으로 움직이지만, 아내의 말 한마디에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남자가 오베 아저씨다. 

 

 

 

무엇이든 발길질을 하며 상태를 확인하고, BMW 운전자와는 말도 섞지 않고, 키보드 없는 아이패드에 분노하는 오베 아저씨. 가장 싫어하는 광고 문구는 "건전지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까칠한 오베 아저씨가 어느 화요일 오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일을 하게 된다. 부엌 싱크대 앞에 서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아저씨는 결심한다.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고리를 천장에 박겠노라고 말이다.  하지만, 본인 집에 튼튼한 고리를 박는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베 아버씨가 막 고리를 박으려는 순간, 엄청나게 귀찮고 성가신 소리가 들려오면서 고리를 박는 일은 나중에 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따라오다보면 오베 아저씨의 부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부인에게 꽃을 사주고,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있는데, 부인은 답이 없다.  그리고 천정의 고리와 함께 그의 아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양의 커피를 내려 아내와 마시고, 동일한 이유로 마을 한바퀴를 돌며, 40년 동안 한 집에서 살고, 한 세기의 1/3을 한 직장에서 일한 남자가 '이전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자신의 모든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던 아내가 세상을 떠나 버렸다면 어떻게 이세상을 살아 갈 수 있겠는가?  당연하게 오베 아저씨에게는 아내곁으로 따라가는 일만 남았을 것이다.  이제 오베 아저씨가 가야할 길은 정해졌는데, 59년의 삶보다도 죽음을 찾아가는 그 시간이 이렇게 힘든 일일지 오베 아저씨는 알지 못했다. 오베 아저씨가 보기엔 완전 엉망진창인 사람들이 이사를 오면서 부터 문제가 생겼다.  시끄럽고 제멋대로에 예의라고는 모르고, 자꾸 자신의 인생에 끼어들려고 하는 이 말도 안되는 이웃. 도대체 그들은 왜 오베 아저씨 인생에 끼어들려고 하는 걸까?

 

오베는 그저 평화롭게 죽고 싶을 뿐이었다. 그게 그렇게 과한 요구인가? (p.70)

 

멀대같은 패트릭과 이란인 아내, 파르바네.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는 패트릭은 지붕위에 올라가서 다리를 다치고, 파르바네는 운전교습을 해달라고 막무가네로 우기면서 오베 아저씨 인생에 끼어든다.  그들부터 였다.  소냐의 제자인 아드리안이 나타나고, 아드리안의 친구인 미르사드가 커밍아웃을 하고, 이웃집 뚱보 지미가 오베 아저씨 인생의 자꾸만 끼어들기 시작한건 말이다.  그뿐인가?  지금까지 교류를 끊었던 루네와 그의 아내, 아니타도 신경이 쓰인다.  빨리 죽어서 소냐를 만나러 가야만 하는데, 심지어 열차에서 죽는것 조차 다른 사람이 먼저 떨어지더니, 그 사람을 구했다는 이유로 지역신문 기저인 레나가 오베 아저씨를 쫓아다닌다.  아.  이렇게 죽는게 힘든 일이었던가?

 

이렇게 오베 아저씨를 따라가다보면 죽음이 한편의 코메디처럼 느껴지고 차태현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가 떠오른다. 주인공 상만이 죽을려고 할때마다 실패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오베 아저씨 역시 상만과는 다른 이유로, 아저씨가 죽음을 준비할때마다 이웃들의 사고로 인해서 자살 시도는 실패를 하게 된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오베 아저씨의 단조로운 일상과 함께 59년이라는 아저씨의 인생을 교묘하게 교차시키면서 보여주고 있다.  아저씨의 아버지 이야기. 그들이 살던 집과 소냐 아줌마를 만나고, 아줌마의 아버지를 만난 이야기, 왜 오베 아저씨가 루네 아저씨와 원수가 되었는지, 소냐 아줌마가 휠체어를 타야만 했는지까지 오베 아저씨가 소냐아줌마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아저씨의 일생을 그려내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아저씨에 대한 모든것을 알아갈 즈음에는 아저씨가 사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미소짓지 않고, 고집으로 똘똘 뭉쳐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베 아저씨는 요즘 아이들 말로는 '츤데레'에 딱 맞는 사람이다.  무뚝뚝한거 같지만, 친절한 사람.  자신이 친절을 베풀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었겠지만, 아저씨의 행동들은 결론적으로는 선한 방향으로 향해있고, 어쩌면 소냐 아줌마가 보이지 않은 손길로 남편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끌어 낸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수가 없다.  오베 아저씨가 죽음을 선택하려 했던 이유도 혼자만 남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을 선택하려던 순간 오베 아저씨 주위로 한사람 한사람 모이면서 오베아저씨는 더이상 외로운 존재로 남지 않게 된다.  파르바네가  "젠장, 오베는 이거 진짜 싫어했겠다. 그치?"(p.450)라고 말하는 그런 날들이 오는것처럼 말이다.  선한 영향력은 빛이 어둠을 몰아내는 것처럼 의도하지 않아도 그냥 흘러 나가는 그런 힘이 있고, 오베 아저씨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순간 선한 영향략을 펼치고 있으니, 소냐 아줌마의 힘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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