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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스미레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분명 『무지개 곶의 찻집』의 작가인 모리사와 아키오의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첫 장을 넘겼는데, 여간 무서운게 아니다. 표지도
달달하니 꼭 로맨스 소설같이 생겨서는, 1장에서 만난 '워커홀릭 좀비'는 예상을 뛰어 넘어버렸다. 몇장을 넘기지 않고도 이거 스릴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이 맞나 하고 지은이를 다시 확인했다. 첫 장면을 이렇게 무섭게 만들어서 읽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는지, 나와는 좀 맞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조금만 더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앉아서 읽다가 마지막 장을 덮어버린것으로
끝이날 정도로 기우였다. '와우~!'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역자의 글을 읽다보니 이 작품은 닛케이신문의 웹사이트에 연재되었던 소설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란다. 연재 당시의 제목은 <러브
& 피넛>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피넛이 그렇게도 많이 나왔나 보다. 우리 나라에서도 웹소설이 인기를 끌고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도 그런 것 같다. 게다가 작가는 애니메이션 분위기가 풍기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첫 장면에서 내가 느낀
공포는 뭘까?... 어쨌든, 초반 이후에 이야기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다가온다. 세상사가 내 맘데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책 속 주인공을
통해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잘나가는 거대 레코드 회사를 박차고 나와 1인 레코드 회사를 세워 워커홀릭 좀비처럼 다니던 스미레는 수면 부족으로
길거리에 기절하듯 쓰러져 잠들정도로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렇게 죽어라 키워놓은 그룹 DEEP SEA의 멤버들은 라이브 당일에 늦게 나타나
공연을 엉망으로 만든것도 부족한지, 스미레가 박차고 나온 올 업 뮤직과 계약을 했단다.
어떻게 키운 인디밴드인데하고 속상해 할 겨를도 없이, 스미레의 안식처라고 여겼던 연인 료에게선 '바이바이'라는 메시지가 오고, 스미레는
친구인 링코의 운수를 믿으며 고향인 시즈오카 현 시골 마을로 향하게 된다. 엉뚱한 메시지를 보내는 아빠와 사근사근한 엄마가 계신 곳.
다가가기 힘든 아빠라고만 생각을 했던 스미레는 아빠와 함께한 시간속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일본으로 제비꽃이라는 뜻을 가진 스미레가
아닌 영어의 ‘스마일Smile’을 철자 그대로 읽어서 ‘스미레’라고 지은 자신의 이름의 뜻을 서른이 넘어야 알게 되다니, 열정적이긴 하지만,
좀 늦다. "웃는 건, 늘 타인을 향해서잖아? 우선 타인을 웃게 하기 위해 내 웃음이 존재하고, 그래서 타인이 웃어주면 그 웃음이 내게도
돌아온다는 거야." (p.130). 링코의 운세는 역시 스미레만을 위한 맞춤 운세인것 처럼 그녀에게 딱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빠와의
시간은 스미레를 다시 일어나게 만들어 준다.
DEEP SEA의 객원 가수로 나왔던 하루토. 사람의 인연은 참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다. 그가 스미레에게 연락을 해 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뛰어난 뮤지션을 찾아내는 능력이 천부적인 스미레에게 전율을 안겨준 하루토와의 만남은 또 다시 스미레를 워커홀릭 좀비로 만들지만,
이 시간들은 결코 힘들거나 괴롭지 않게 다가온다. 하루토의 보물인 밋치가 있고, 천재 프로듀서인 도시짱과 스미레의 오랜 친구인 링코와
미사키. 하루토를 향한 스미레의 열정적인 애정은 가족같은 동료애를 보여주면서 도시짱의 표현처럼 '눈가리개를 한 채 서로 손을 꼭 잡고,
넘어지는 것도 두려워하지않고, 전력 질주하는 두 사람'(p.205)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간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부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기에 그들을 위해 주변 인물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애정을
여과없이 표현을 한다.
작가는 이야기를 쓰면서 1. 꿈을 처음부터 포기한 사람, 2. 꿈을 좇다가 도중에 포기한 사람. 3.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고 저자 후기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어떤 인생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스미레의 케릭터는 세
번째 부류에 속한다고 들려주고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스미레는 늘 곁에 있던 친구와 부모님의 도움으로 행복을 실감하고 있고, 작가는
행복은 얻는 게 아니라 깨닫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래서 마크 트웨인의 '용서란 짓밟힌 제비꽃이 자신을 짓밟은 발뒤꿈치에도 향기를
남기는 것과 같다.'(p.133) 말을 아빠의 입을 통해서 들려주고, 네잎 클로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짓밟히고, 상처 입고, 그 결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존재가 된다니, 너무 아름답지 않아?" (p.256). 향기나는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작가 스스로
애니메이션 분위기를 풍기고 싶었다고 할 정도로 이야기는 쉽게 넘어가고 재미있다. 만화 같은 느낌.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의 의도는 충분히 반영된
듯 싶다. 난 이런 해피엔딩이 좋다. 어떻게 해피엔딩이 되었는지는 읽어보시길... 너무 뻔하잖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료'의 메시지
해결도 물론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