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2014년에 읽은 시리즈 중 최고는 단연 『사형집행인의 딸』이었다.  작가가 밑그림으로 그려놓은 시대상이 얼마나 치밀한지 아이들과 함께 어렸을때 읽었던 세밀화 그림책을 떠올리게 했고, 책을 읽는 동안 생각나는 역사적 지식들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기에 충분했었다.  그리고 지금 올리퍼 푀치가 만들어낸 뛰어난 이야기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있다.  엉뚱하다고 생각이 들던『거지왕』이라는 제목은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게 만들고 있으니, 작가가 그려낸 인물들이 책장을 덮고 이렇게 몇주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내 앞으로 튀어나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1600년대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사랑은 어느곳에서나 일어났는지, 의사집안의 아들과 사형집행인, 우리식으로는 망나니집안의 딸의 사랑이야기가 전작의 기본 흐름이었지만, 그들의 사랑이야기만으로는 이렇게 많은 독자를 끌어 모을수가 없었을 것이다.

 

 

  30년 전쟁이 한창이던 1637년 11월이 프롤로그로 나오고 있다.  현대가 아닌 시점은 언제나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리지만, 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이 야콥 퀴슬의 이야기가 1662년으로 그려지고 있으니, 25년전으로 올라가야한다.  전쟁으로 광기에 둘러쌓여진 용병들의 행동은 잔인함을 넘어 괴물을 세상에 던져놓은것처럼 보여지고, 그 가운데 떨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애처롭게 다가온다.  딱 거기까지다. 프롤로그는.  시간은 순식간에 퀴슬을 누이동생을 찾아 떠난 레겐스부르크로가는 뗏목위로 옮겨놓으면서 프롤로그는 잊게 만들어 버린다.  사형집행인에게 시집가기 싫어 레겐스부르크의 목욕탕 주인인 안드레아스 호프만을 따라 떠나버린 엘리자베트가 병에 걸렸다는 편지는 퀴슬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퀴슬은 숀가우에서 레겐스부르크로 움직인다.  하지만 누이동생의 집에서 퀴슬은 피로 가득찬 욕조안에서 누이동생과 호프만을 보게되고 레겐스부르크의 경비대는 퀴슬을 살해용의자로 지목하고 감옥에 가둔다.  

 

  독자의 눈에는 분명 누군가의 모함이라는 것이 보이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알수가 없다.  어느 누가 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을 노리고 있을까?  아버지가 떠난 숀가우에서 사형집행인의 가족들은 여전히 가축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자신들의 안식을 위해 막달레나를 마녀로 몰아가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게다가 광장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치워야하는 사형집행인의 가족이라니.   숀가우가 아닌 다른곳으로 떠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막달레나의 결심은 지몬과 함께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고모가 살고 있는 레겐스부르크로 움직이게 만들고, 그곳에 도착한 후 퀴슬이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힌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도시에나 있는 사형집행행은 레겐스부르크도 마찬가지다.  퀴슬만큼 대담하고 약학에 견해를 가지고 있는 필립 토이버.  토이버에 눈에도 퀴슬이 누명을 쓴것이 보이지만, 그에겐 힘이없다.  퀴슬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막달레나와 지몬이 움직이면서 이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막달레나에게 추파를 던지는 베네치아 대사인 실비오 콘타리니,  뗏목 마스터인 카를 게스너,  거지들의 왕인 현자 나탄,  주교의 양조사인 후베르투스 신부와 히에로니무스 라이너, 요아힘 케르셔, 도미니크 엘스페르거뿐 아니라 한스 라이저, 파울루스 수사, 미치광이 요하네스 같은 거지들의 이야기가 퀴슬의 용병시절과 교차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한다.  사형집행인이 되기 싫어 들어갔던 군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끊임없이 퀴슬에 눈앞에 과거를 되새기게하는 문자들이 보여지지만 봉인해버린 기억은 좀처럼 수면위로 올라오질 않는다.  퀴슬은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음에도 막달레나와 지몬은 사건해결과 함께 언제나 그렇듯 사랑싸움으로 고달프다.  지몬보다 조금도 우월해보이지 않지만, 베네치아 대사라는 신분과 막달레나와 사소한 행동들은 지몬을 초라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랑싸움 하느냐 퀴슬을 구할수나 있을까 싶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의 딸과 의사의 아들이다.

 

  서로가 얽히고 설킨 가운데 거지들의 왕인 현자 나탄은 지몬과 막달레나에게 레겐스부르크를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인물들을 연결시켜준다.  사형집행인만큼 사회적 약자인 거지들.  거지들이 얼마나 훌륭한 연극배우들인줄 누가 알았겠는가?  숀가우에서 부터 밑밥으로 뿌려지던 맥각은 레겐스부르크에선 두터운 깔개가 되어 나타난다. 퀴슬을 죽이려는 음모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죽임을 당하는 창녀들의 이야기는 두개의 커다란 줄기로 나아가다가 '사형집행인의 딸'시리즈가 언제나 그렇듯 하나의 지류에서 만나게 된다.  서로 다른곳을 보고 달려가다가도 그들은 항상 한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해결해낸다.  깔려있던 복선들은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하지만, 한꺼번에 보여주지 않기에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게 만들고, 그 덕분에 『사형집행인의 딸』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이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막달레나와 지몬의 러브스토리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던 모든이들에게 답을 들려주는 『거지왕 - 사형집행인의 딸 3』은 출판사에서 장담하듯이 이 시리즈의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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