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웹툰으로 만났던 『쓸개』를 네오카툰을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워낙에 웹툰을 좋아하고, 읽을거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강형규작가의 작품이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이게 뭔가하고 의아심을 가졌었고, 도통 알수없는 전개에 멍하기도 했었지만, 조금씩 형태를
갖춰나가면서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쓸개 빠진 놈'이라는 표현을 작품들 속에서 가끔 발견할때가 있다. 이 쓸개가 뭘까?
쓸개는 '대담'과 '줏대'의 상징으로 쓰이는 신체의 일부이다. '줏대'라는 상징적 의미는 '쓸개가 빠지다',"쓸개 빠진 놈'같은 관용
표현으로도 쓰이는데, 과감한 기운이 나온다고 믿는 '쓸개'가 빠졌으니 ‘정신’을 차릴 수 없고 ‘줏대’를 세울 수 없다고 믿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쓸개'가 웹툰『쓸개』속 주인공 이름이다.
카툰에는 빠져있는 웹툰 프롤로그에 쓸개에 대해 기록된 부분이 있다. '엄마는 조선족이다. 엄마가 살던 고향에선 이런 미신이
있었단다. 아기는 어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살덩이이니, 신체 기관이나 신체 부위로 이름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효도한다.' 미신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 엄마가 없어 효도는 못하지만 건강하고 건강한 쓸개. 중국어로 딴낭. 일생, 장난감은 몸과 책 밖에
없었고, 그러기에 건강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의 신체 중, 굳이 필요 없는 장기 하나를 뺀다면 쓸개를 뺀단다. 그리고 쓸개는 세상의 기록에
없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무적자다. 엄마와 함께 한국에 넘어와 마오수를 만나는 순간부터 '우쇼우 왕 양꼬치'집 밖으로 나와본적 없는 무적자,
쓸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국적도, 학적도 가지지 않은 존재, 무적자. 신체 기관의 일부로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조선족의 미신에 따라 붙여진 이름, 딴낭,
쓸개. 이제 이 아이의 존재가 보여지기 시작한다. 그보다 쓸개의 양아버지, 마오수. 다섯 번 결혼한 재주 좋은 이 양반은 여자의 엉덩이를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서 모든걸 청산하고 쓸개의 양아버지가 되었겠지만, 이제 죽을날이 몇시간 남지 않은 영감님이 쓸개에게 비밀을
알려주겠단다. 쓸개의 엄마를 만났던 날, 마오수는 김해정과 쓸개만 만났던 것이 아니었다. 김해정이 타고 온 부서진 배에 실려있던 금
400kg. 월병모양의 금덩어리들. 밖으로 나오면 안되는 금덩이들. 이젠 모든건 쓸개에게 넘어간다. 유통할 수 없었던 월병모양의
400kg의 어마어마한 금덩어리들을.
마오수의 세번째 부인의 딸, 마희재. 희재의 등장은 웹툰 연재 당시 희비가 엇갈렸었다. 도통 아군인지 적인지 초기에는 알수가 없었고,
쓸개와 마오수의 이야기를 엿듣는 장면으로 믿음도 크지 않았기에 독자들은 이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물론,
인물 설정은 작가의 몫이다. 희재의 모발이 직모에서 웨이브로 은근슬쩍 넘어간 것 처럼 내용 전개는 작가의 뜻이지만, 웹툰의 재미는 독자와의
공감도 무시 못 할 것이다. 희재와 함께 금 한 덩어리를 가지고 금이 많다는 종로를 찾은 쓸개. 엄마가 남긴 유일한 유품인 보자기 속 선명한
문구 '세실리아 한복'. 종로 귀금속 타운의 모든것에서 '세실리아 흥업'이 눈에 들어오고, 쓸개와 희재를 쫒는 무리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첩보전도 아닌 이야기가 삼선슬리퍼 질질 끌고 희재의 초등학교 시절 가방을 멘 쓸개를 향해 무섭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뛰어라. 쓸개~!
마오수의 호적에 유일하게 올라있는 이복 형제, 마철수를 통해서 알게된 가리봉동에 장차식이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무리들. 엄마를 찾기위해 금 한 덩어리와 세실리아 한복점 보자기 하나 가지고 여동생과 함께 서울 상경을 한 촌놈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게 뭔 이야기일까하고 한 발 들여놓는 순간 의문의 금을 향한 욕망에 나도 모르게 사로잡혀버리게 된다. 천문학적 액수를 두고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금 쟁탈전의 서막은 열렸다. 그 속에 들어오느냐 마느냐는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들어오지 않는다면 후회할것이다.
그림상으로는 원빈 보다 멋진 쓸개의 활약이 이제 부터 시작이니 말이다. 머릿발의 중요성을 확실학 보여주고 있는 잘생긴 총각과 월병보다는
쫄병스낵의 모양을 갖추고 있는 금덩어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