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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방석 -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따듯한 세 편의 가족 이야기
김병규 지음, 김호랑 그림 / 거북이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읽는 아동 동화는 표지부터 눈이 부실정도로 현란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렇게 눈부신 동화들 사이에서 만난 『꽃방석』은 예전에 나온책인가 할정도로 수수하게 다가왔다. 큼직한 글씨로 책장을 펼쳐서 한시간이면 거뜬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김병규 작가의 신작은 세상에서 가장 큰분, 넉넉한 분, 너그러운 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거짓말 엄마와 모르는 척 딸, 속상한 아빠와 크는 아들, 진짜,진짜 우리 할머니. 이렇게 세파트로 나뉘어진 글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처럼 다가오지만,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달분이의 엄마는 학교 식당에서 일을 하신다. 엄마가 학교 식당에서 일을 하는게 창피한 달분이는 엄마를 모른척하고, 학교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줄때는 먹기가 싫었다. 급식이 먹기 싫었고, 식당에서 반찬을 나눠주는 엄마도 보기 싫은 달분이.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예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선 엄마가 학교 식당에서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보면서 달분이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방 청소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급식을 받으면서 "엄마! 김치 더 주세요!"를 외치는 달분이. 달분이가 커가면서 엄마의 마음도 푸근해진다.
달풍이가 동네 책방에서 왜 책을 슬쩍 했는지는 달풍이도 의아해한다. 그저 읽던 책을 두고 올수가 없었다. 화물 회사의 일용직 짐꾼인 아빠는 지금까지 도둑맞은 수백 권의 책값을 물어내라는 억지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하늘을 쳐다보며 '아!'하는 한숨을 쉬는 아빠를 보면서 달풍이는 다시는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거라는 다짐을 하고 "아들은 부모님이 좋다고 여겨질 적에 '고맙습니다.' 제 잘못을 깨달았을 때 '죄송합니다.'이 두마디만 잘하면 되는 거야."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세상에서 가장 큰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할머니가 달풍이만 위한다고 입을 뾰족하게 내밀던 달분이. 시골에서 작은 구멍가계를 하시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으로 예쁜 꽃방석 두개가 엄마, 아빠에게 주어졌다. 할머니와의 추억은 할머니가 얼마나 달분이를 사랑했는지를 느끼게 해주고, 꽃방석에서 발견된 할머니의 편지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꽃방석보다 더한 금방석에도 앉을 자격이 있다고 말씀하시던 할머니와 아빠,엄마,달분이,달풍이 모두에게 세상에서 가장 너그러운 분으로 남아있는 할머니의 모습은 모두가 가족임을 보여주고 있고,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아빠, 엄마, 할머니는 꽃방석에 앉혀 드려야 할 어른들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엄마와 딸 이야기, 아빠와 아들 이야기, 할머니와 손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꽃방석』은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꽃방석의 의미와 함께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요즘 시대에 이런 수수한 이야기가 말이 될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할머니와 손녀 사이에 눈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품어주는 것이 당치 않다면 누가 가족이라고 하겠는가? 따뜻하고, 포근하고, 안온한 곳이 가정이라는 사실을, 가족과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작가는 잔잔한 음성으로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