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우드 임페리움 와일드우드 연대기 3
콜린 멜로이 지음, 이은정 옮김, 카슨 엘리스 그림 / 황소자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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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일드우드'에서 '자전거 소녀'는 <헝거게임>속 '모킹제이'만큼이나 강렬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헝거게임>에 열광했을 내가 피가 튀기는 전장보다 말하는 동물들과 조곤조곤 이야기를 전하는 나무들이 있는 곳이 훨씬 행복해진 이유는『와일드우드』를 만나고 나서 부터 였다.  '와일드우드 연대기'의 마지막 편이 드디어 나왔다.  처음 '와일드우드'를 만났을떄의 설램이 아직도 생생한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두근거림의 시간들이 이제 막을 내렸다.  머리속으로 '와일드우드'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지나가고, 자전거를 탄 소녀와 함께 움직인다. 거대한 넝쿨이 쿵쿵거리며 다가오기도 하고, 온 숲이 넝쿨에 감겨 잠이 들기도 한다.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독수리와 올빼미. 그들의 등에 탄 산적들과 생쥐. 숲의 경계를 줄지어 넘어오는 아이들.  이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야 할 때가 온것 같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적으려고 하니 어떤이야기를 적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와일드우드'의 정보들이 머리를 헤집고 다닌다.

 

 

  겉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들 먼저 이야기해보자.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있는 할아버지와 손에 갈고리를 하고 있는 곰이다. 1권부터 이야기가 되어 왔지만, 2권에 와서야 모습을 드러낸 에스벤과 장님이 된 캐롤 할아버지. 미망인 총독의 죽은 아들, 알렉세이를 살려내기위해 영혼의 집을 만든 후 총독에 의해 장님이 되고 갈고리손이 되어 쫓겨난 이들이 다시 모인다.  2권을 통해서 회합나무는 스스로 인형의 삶을 마감한 알렉세이를 다시 살려내라고 했고, 회화나무의 예언을 프루는 지키려고 했지만, 프루는 언더와일드우드에서 손이 사라진 곰, 에스밴만 찾아낸다. 숲의 경계 너머엔 금단의 숲에서 입양부적격자인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던 캐롤 할아버지가 숲을 벗어나 언생크 고아원 봉기를 하다 마서와 함께 하역인부들에게 붙잡혔었다. 그리고 사라져 버린 산적들.  사라져버린 산적들을 찾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커티스를 와일드우드에 남겨둔채 2부의 막이 내려졌었다.

 

  2부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은 산적들을 찾는 커티스, 회합나무의 명령대로 진정한 후계자를 다시 만들어내기 위해 에스밴과 캐롤를 찾는 프루, 마서와 캐롤 할아버지를 구하려는 입양부적격자 아이들까지 였는데, '와일드우드 임페리움'은 또 다시 미망인 총독을 드러낸다.  담쟁이덩굴과 함께 사라져버렸던 미망인 총독이 '오월의 여왕'이 된 지타에 의해서 초록 여제로 다시 태어났다.  어린 소녀는 단지 초록 여제의 아픔을 이해했기에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채워주고자 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엄마를 잃은 후 느꼈던 상실감이 자신만큼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을 유령인 누군가의 엄마를 위해 심부름을 하는 거라고 느꼈고, 그래서 유령이 원하는 물건들을 가져다 주고 싶었다. 독수리의 깃털, 조약돌, 알렉세이의 치아가 모이는 순간 지타는 잘못 된 걸 알았지만, 다시 살아난 초록 여제는 그녀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혁명 이후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금단의 숲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나 똑같은 시련을 겪는것은 마찬가지 인듯하다.  혁명의 중심이 사라진 후에는 서로의 의견과 실리가 우선이 되면서 '자전거 소녀'를 외치는 무리 역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버린다.  그뿐인가?  강력한 매개체가 사라져버린 곳에서는 또다른 세력이 자신들의 방법으로 세를 확장해가기 위해 힘을 쓴다.  '자전거 소녀'를 따르는 무리가 반역의 무리가 되고 황폐한 나무를 숭배하는 종교집단인 시노드의 칼리프들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곰팡이에 잠식되어 자신들의 의지가 사라져 버린 시노드 무리들.  두 세력만 있을때는 서로 자기들이 강하다고 떠들다가 더 큰 적이 나타나니, 공존관계가 시작되는 걸까?  두 세력이 힘을 합쳐도 이길 수 없는 초록 여제의 담쟁이덩굴.  가장 힘이 약한 생물 중 하나였던 담쟁이가 거대한 세력으로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숲은 한 순간에 푸른 장막에 덮이게 되면서 모두가 덩굴속에서 잠에 빠져들어 지금까지 왜 싸왔는지조차 모르는 고요가 찾아든다.

 

  미래는 아이들에게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미래가 옳다고 외친다해도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게 다가온다.  나무들의 말을 듣는 숲의 아이 프루는 회합나무의 뜻을 따라 움직이고, 사라져버린 산전들의 후예를 자처하는 커티스는 나름의 방법으로 숲의 계승자가 된다.  그뿐인가?  입양부적격자라는 듣기에도 껄끄러운 판결이 난 아이들 역시 자신들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오월의 여왕인 지타에 의해서 다시 태어난 초록여제는 어떠한가?  그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이는 영혼을 담은 그릇으로 다시 살아난 인형왕자였다.  손도 없고 눈도 멀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곰과 할아버지가 만나 인형을 만들고 알렉세이의 치아를 장착하는 순간 '왜 또 살려냈는냐고' 괴로워도 하지만 초록여제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도 소년에게는 엄마일 뿐이었다.  '엄마 잘못이 아니예요' 위로와 사랑만이 세상을 다시 돌려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사랑이 변해버린 와일드우드와 금단의 숲 넘어까지 뻗어가던 담쟁이 덩굴을 잠재울 수 있었다.

 

"프루, 지금 와일드우드 심장부 깊은 곳에서 새 나무가 태어나고 있다.  넌 느꼈을 거야.  지금 자라고 있지.  아직 태어나지 않고 자궁 속에 있는 아기처럼 부모 즉,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난산이 될거야." (p.217)

 

"너의 고통을 이해한단다.  우리 모두 그런 상실을 겪었지.  우리 모두.  넌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야. 그리고 지금, 너는 진정으로 잘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단다." (p.489)

 

  죽은 나무사이에서 새 나무가 다시 태어나듯이 새로운 변화는 뼈를 깎는 상실의 고통후에 찾아오는 것일 것이다.  학교에서 조차도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숲의 아이들로 숲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세상의 멸망을 막아냈다.  자신이 살던 세계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아이에게 와일드 우드와 언더우드를 보여주고 날개달린 새들의 나라인 아비앙과 사우스우드, 노스우드의 삶도 보여준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여우가 군대를 만들고 독수리가 백작의 영애를 누리고, 생쥐가 산적이 되어 숲을 계승하는 곳.  어쩌면 이 모든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  프루와 같이 맘이 열리지 않아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것이 행복으로 마무리 되어지는 이야기. 동화는 이런게 아닐까?  모두가 행복해지는『와일드우드 연대기』를 만난 건 내게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고, 이 시간을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넘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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