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낭자열전 2 - 진영낭자전 조선 낭자열전 2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배필 맞아 결혼 하겠다며 사촌동생을 시켜서 왕비를 간택하라고 하던 『조선 왕비 간택 사건』속 서브 여주들이 다시 태어났다.  은호낭자의 이야기는 심장을 간질이면서 사랑에 골인했는데, 은호낭자만큼 강렬한 주인공 중 한명인 진영 낭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재물이 뭔지 아파서 누워있는 형을 보면서 조카딸을 죽인 아비와 어미.  그 속에서 어찌 이리 고운 아가씨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매같은 민영의 죽음을 현무군과 서경이 해결을 해준 후 진영 낭자는 민영이 남긴 향갑하나 지니고는 세속을 떠나 절로 들어갔다. 부모는 죄값을 치뤄야하니 옥에 갇혔고, 진영이 죽은 민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여승이 되어 평생 민영의 명복을 빌고, 제 부모의 죄를 속죄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딱 조선시대 사대부가 여인네 같은 발상이긴 하다.

 

 

  어째서 절에 들어간 진영이 여전히 삭발도 하지 않고, 사미니도 비구니도 되지 않았는지 진영은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있지만, 은혜 스님의 언중으로 그녀 가슴에 아직도 남아있는 미련을 알수가 있다. "그것이 어찌 단순히 향갑이기만 하겠니? 네가 속세에 두고 온 미련이요, 네가 떨치지 못한 인연의 뿌리인 것을... 그러니, 더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처사님을 따라가거라." (p.37)  아닌 밤중에 홍두꺠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감옥에 있는 아비에게 빌려준 돈을 빌미로 제 아내가 될 것을 강요하는 뻔뻔한 사내 성현을 따라가라는 은혜스님의 말을 져버릴 수 없는 이유는 '부도식향만계(향유및 머리꾸밈 금지)'라는 사미니가 되기위해 지켜야만 하는 십계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뻔뻔한 저 남자를 따라가 속죄하다보면 민영의 향갑 조차도 무심히 바라볼 날이 올것만 같았다.  

 

"내가 지금 누구의 형편을 살필 만한 입장이 못되오.  내 추례한 입성만 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지금껏 옷 한 벌, 신 한 켤레 허투루 사지 않고 평생을 모은 큰돈을 이 여인의 아비에게 빌려주었소.  그런데 이제 와 혼인을 못 한다 하면, 나는 어쩌란 말이오?  그 큰돈을 어디서 돌려받으란 말이오?" (p.31)

 

  아이가 둘이나 있다면서 뻔뻔하고 무례하게 진영에게 환속을 요구하는 이 남자 영 이상하다. 거지꼴을 하고 나타나서는 무조건 제 아내가 되어달라고 하는데, 현무군의 사촌 정한군과도 면이 있는 사이란다.  꼭꼭 감쳐 두었던 성현의 이야기가 정한군을 통해서 하나둘씩 풀어지는데, 그보다 더한것이 생겼다.  정한군 눈에 진영이 들어왔다.  민영의 죽음을 현무군이 풀어줄때 도움을 줬던 인물을 이렇게 또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참, 조선 땅 좁다.  어찌 왕의 사촌들이 이리 잘도 돌아다니는지 모른다.  그뿐인가?  예쁜 여자는 참 잘도 찾아낸다.  '단아하게 생기긴 하였지만, 코도 그리 높지 않고, 입술도 그리 많이 도톰하지 않은, 배자 빛의 살결이 유난히 곱긴 하지만, 생김새 자체가 그리 특별나게 어여쁜 여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여인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꾸만 정한군의 시선을 끌었다.' (p.113)

 

  쌍둥이 이현과 성현.  의좋고 형을 아비처럼 여기던 성현이 천재라는 형보다 먼저 생원이 된것이 문제였는지, 형을 위한 일이었건만 도성을 떠나고, 형수님을 다정히 대한것이 문제였는지, 형이 그렇게 죽을 줄 몰랐다.  자신에게 남겨진 조카 채은이, 채욱이를 버릴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고, 애당초 형이 죽은 것이 모두 성현의 잘못 같았다.  그런 성현의 눈에 진영이 들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성현의 마음도 정한군의 마음도 모두 쥐고서는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갖고 노는 진영.  그녀의 모습이 들어오면서 그녀를 놓칠 수가 없었다.  진영이 환속하면서 오씨문중은 오대감의 재산이 진영에게 돌아갈것을 탐내면서 혼사를 막기 위해 필사적인 방해 공작을 펼치기 시작하고, 숨겨진 성현과 오대감사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연이라는 것은 만드는 것일까?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일까?  조선시대 사대부가 낭자들에겐 외출 한번 자유롭지 못하니,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것 처럼 들리지만, 『조선 낭자 열전』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인연을 만들어 낸다.  감추고 억압되어 숨죽여 살아가는 여인들이 아니라, 가족과 가문을 위해 나서고, 사촌의 죽음을 파헤쳐나가면서 두려움을 무릅쓴다.  그런 인물들이었기에 그녀들이 무현을 만나고 성현을 만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선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있지만 달달한 로맨스가 책 표지만큼이나 곱게 다가오는 책이『조선 낭자 열전』이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가운데 나를 믿어 줄 내 듣든한 배우자. 그들이 만들어 가는 사랑 이야기가 가슴 뛰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낭자들이 사랑을 찾는 과정속에서 찾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