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낭자열전 1 - 은호낭자전 조선 낭자열전 1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현무공 이윤과 아파 서경의 사랑이야기로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조선 왕비 간택 사건』의 주요 인물들이 다시 살아나『조선 낭자 열전』으로 태어났다.  조선왕비 간택령으로 죽음앞에 섰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외전의 느낌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읽으면서 궁금했던 이야기, 혹시 무현과 은호낭자 사이에 뭔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월우 작가는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주고 있다.  궁금하면 일단 보라고 하고 있으니 월우작가가 장사를 하면 대박집을 만들어 낼 것 같다.  서경과 연을 맺은 이들은 참 오래도록 함께 한다.  첫 장면이 은호 낭자에게 서경이 보낸 매파였으니 말이다.  소년 검객 용화단의 단주이면서 사문객주의 행수였던 무현의 이야기는 조금 뒤로 넘기고 자신을 죽이려하던 남자에게 "내 손으로 죽게 해주게" (p.78) 라면서 알량한 양반가 열녀를 외쳤던 은호낭자.  물론, 이 알량한 양반이라는 표현은 상남자 무현의표현이다.

 

 

 "사는 게 뭐 별겁니까? 죽을때까지 열심히 발버둥도 치고 안달도 내보고, 그렇게 아등바등 사는게지요.  그래도 정 안 되면 하는 수 없는 일이고요.  우리 앞에 뭐가 놓여있는 건지는 아가씨도 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p.22)

 

  은호 낭자가 시집을 간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니 시집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매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간 이상한 것이 아니다.  심장통에 걸린 은호 낭자, 집안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시집을 간단다. 그것도 자신만큼 아픈 남자에게 말이다.  남편이 먼저 죽으면 죽으려 하는것일까?  그저 결혼 후 죽어서 열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만 꽉찬 은호에게 또 다시 자신을 죽이려던 남자가 나타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남자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는 이 남자가 왜 쫓기는지 알 수 없지만, 은호의 시선이 자꾸만 사문객주의 행수였다는 이 남자, 무현에게 가고 있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 남자, 은호 곁을 떠나려 하지 않고 끊임없이 은호 옆을 서성이고 있다.

 

  처음엔 그랬다.  그놈의 알량한 양반들 때문에, 그들의 썩어빠진 권력욕 때문에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온몸에 피비린내를 풍기며 짐승처럼 어둠 속을 기어 다니는데 팔자 좋은 양반집 여인은 죽어서 열녀가 되겠다며 스스로 죽게 해달라고 청해오는 것이 밉고 싫었다. 용화단의 동생들을 살리기 위해서 좌의정 송만섭의 명을 따랐지만, 이젠 아니란다.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었는데, 왜 자꾸 이 여자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는지 머리속이 뒤죽박죽이 되고있는데, 이 여자가 아프단다.  심장통에 걸려 아픔으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열녀가 되기위해 시집을 간다는 여자의 모습이 용화단의 동생들을 살리기 위해 피를 뒤집어 쓰고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겹쳐졌기에 그녀가 눈에 밟혔는지도 모른다.   

 

"이 멍청한 여자 같은라고...!  이 한심한 여자 같으니라고...!  그깟 가문이 뭐라고, 그깟 열녀문이 뭐라고, 그딴 몸을 하고서 혼인을 하려 해?  그것도 저보다 더 빨리 죽어 나자빠질 그런 놈하고?" (p.85)

 

  본견적인 은호낭자를 향한 무현의 사랑쟁탈전이 시작된다.  남의 부인이 된 여인을 왜 이리 탐하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그저 은호낭자가 저렇게 죽어가는것이 안타까웠고, 은호낭자를 살릴 수 있는 이가 자신밖에 없는 것 같았다.  씨내리를 하는 말도 안되는 죄를 벌이고 있는 임진사 가문도 우스웠고, 그 틈에 자신이 끼어서 은호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어찌되었던 은호의 첫남자는 자신이니까 말이다.  조선시대의 말이되는 일이냐고 묻는다면 『조선 왕비 간택 사건』역시 말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로맨스는 그저 로맨스로 만나야 하고, 그 당시의 사회상을 알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면 그뿐이다. 게다가 재미있지 않는가?  상남자 무현의 애절한 로맨스도 가슴절절하게 다가오고 말이다.  "미안하지만 난 안 그럴 거야.  당신을 버리지도, 겁먹어 지레 포기하지도 않아.  세상에 보란 듯이 당신을 빼앗고 말겠어!  훔치고 말겠어!  그러니 당신은 실컷 고민하고 괴로워해.  당신 의지 따위와는 상관없이 나는 강제로 당신을 뺏으면 그만이니까." (p.202)

 

  나비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비는 여인네의 옷섶을 세모 모양으로 자른 것으로, 소박을 맞은 여인임을 나타내는 증표라 할 수 있단다.  가문과 남편에게서 내쫓김을 당한 여인이 이 나비를 갖고 서낭당 앞에 서 있으면, 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하는 사내는 누구라도 그 여인을 아내나 혹은 첩으로 맞아들여야만 했다는데, 처음 알게 된 내용이다.  뭔가 일을 낼때마다 눈을 반짝이는 서경을 통해서 임진사댁에서는 은호를 소박놓을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은호는 그렇게 무현의 여인이 된다.  무현의 여인이 되기 훨씬전에 서로 함께 한 시간이 어마어마 하지만, 이젠 아무도 은호와 무현의 사이를 갈라 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양반가 체통을 중시하는 은호의 집안과 임진사 집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일의 시작이 양반가 체통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책을 읽어보시길.  정경부인이 된 서경의 지략은 『은호낭자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니 말이다.

 

"소문이 많으면 무엇이 진짜인지 다들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거든요. 거기다 연달아 계속되는 소문은 결국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결국 싫증을 내게 만들지요.  그럴 때 앞의 소문들을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사람들은 그때야말로 그것이 진짜라고 미데 되는 법이지요."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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