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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을지문덕은 살수에서 물길을 막았을까? - 수양제 vs 을지문덕 ㅣ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8
정명섭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평점 :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각도로 보여지고 있는 역사 이야기들을 만나다 보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새로운 시각은 또 다른 역사를 만났을 때 빛을 발하게 된다. 아이의 역사관을 위해서 읽기 시작한 책 덕분에 다른 역사 책들이 눈에 들어오고, 역사 소설들을 훨씬 자주 접하고 있는걸 보면 몇해전부터 읽기 시작한 역사공화국 시리즈가 내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고, 편식하던 책 습관을 고쳐준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읽은 내용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살수 대첩'에 대한 내용으로 수양제 vs 을지문덕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역사는 거대하다. 한두 명의 힘이나 결단으로는 방향을틀 수 없다. 하지만 간혹 그런 순간도 존재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 을지문덕의 살수 대첩은 그런 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마어마한 대군을 눈앞에 두고 승리할 방도를 찾기 위해 고뇌하고, 협상을 휘애 홀로 적진을 찾아갈 정도로 담대한 을지 문덕. 그가 이루어낸 한순간의 결단과 결정이 한반도의 역사를 바꾼것은 아니었을까? 역사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 그 당시 고구려가 수나라 대군에게 굴복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오늘날의 한반도가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터무니 없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번 법정의 원고 수양제는 (569~618년, 재위기간:604~618년) 수나라 제 2대 황제로 이름은 양광이다. 이번 법정에서 수양제는 통치를 위해서는 전쟁이 필요하고 수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구려를 침략했을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피고인 을지문덕은(?~?) 수나라 군이 고구려를 침범하자 영양왕의 명을 받들어 수나라 백만 대군과 맞서 싸웠다. 이것이 그 유명한 살수대첩으로, 적진의 형세를 정탐하여 후퇴작전을 펼쳐 적군을 지치게 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제목은 '왜 을지문덕은 살수에서 물길을 막았을까?'로 되어있지만 그 부분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정복 전쟁이 당연시 여겨지던 시기에 땅을 차지하는 것이 국력을 강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것처럼 여겨졌으니 말이다.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작가는 이 법정을 통해서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많은 죽음들을 이야기한다.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죽어간 병사들은 모두 주어진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한 인간이 할 일은 극히 적다. 수나라의 고구려 침략의 정당성을 묻는다면, 어느 나라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틀려질 것이다. 수나라 황제였다면 고구려 침략은 불가피했을테고, 고구려인이라면 당연히 수나라의 고구려 침략은 잘못된 판단이었고, 불필요한 전쟁이었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하지만 이번 법정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는 것이 역사를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지금 전쟁으로 죽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