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 섬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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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지식 없이 그냥 책을 만났을 때의 느낌은 '이 책은 뭘까?'정도였다.  요즘에 나오는 책들과 비교해서 너무나 단조로운 표지를 가지고 있었고, 표지가 화려한 '자음과 모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랬을까?  재미 없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기우'는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단편인 줄 몰랐다.  그래서 몇 장을 읽어 내리면서 '우타노 쇼고'를 떠올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저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었을 때 내게 남긴 이미지가 강해서 였을 것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쓴 이야기가 한두편이 아님에도 언제나 나이드신 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들을 읽으면 우타노 쇼고가 먼저 떠오른다.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는 것은 그 책이 뛰어나서 일까, 『건너편 섬』이 뛰어나서 일까?  그런쪽으로 무지하기에 말 할 수는 없다.  그저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는 거다.

 

 

  콩쥐 마리아, 미움 뒤에 숨다, 언니를 놓치다, 박제된 슬픔, 세상의 모든 순영 아빠, 고독의 해자, 이별은 나의 것, 건너편 섬. 타이틀로 선택 되어진 단편이 가장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 이야기부터 편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는 않다.  양색시라는 호칭이 있던 시대를 살아본적이 없기에 그 시절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로 다가올 줄 알았는데, 그 시대를 살던 한 여자의 마음을 모를 줄 알았는데, 작가가 터놓은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나는 마리아가 되어 버린다.  스물여덟에 한국 이름대신 얻은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인를 통해 그녀의 가족은 미국으로 건너왔고 다들 잘 사는데, 어느 형제도 마리아 근처에 살려 하지 않는 현실속에서 마리아는 숨을 죽이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 속에서도 과거가 드러남은 치부로 다가온다.  왜?  외롭고 멸시받아 주눅들었어도 악착같이 살아았는데, 이 외로움은 어떻게 할수가 없는데, 한국이민사 100년이라는 이민사는 마리아를 '양색시, 한국 이민사의 초석'으로 바라보려 한다. 

 

  한편의 단편을 끝내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코 녹녹하지가 않다.  기뻐서 깔깔 거리면서 뒤로 넘어지게 웃어 넘길 수 있는것은 단편 속 잠깐 나오는 '개그콘서트'의 배우들 뿐인지도 모르겠다.  머나먼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작은 땅덩어리에서 이념으로 갈라져 사는 사람들, 아내가 죽은 후에야 미안함에 죽을듯이 덤비는 남자까지 무엇하나 간단한 것이 없다.  읽어내리다 만난 '고독의 해자'와 '이별은 나의 것'은 연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딸들이 보는 유명한 작가 엄마의 이야기.  여류 작가가 느끼는 삶의 무게 이야기.  누구나 자신의 삶은 가벼운 유흥거리가 아니기에 무겁지만 애쓰고 힘써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기에 그녀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무명씨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을 그린 '건너편 섬' 역시 묵직하게 다가온다.

 

  미움뒤에 숨어 버리고 슬픔 마저도 박제해 버리는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일까?  해방둥이로 태어난 엄마는 할아버지를 모른다고 하신다.  일흔이 되신 엄마에게 아버지는 전쟁통에서 살아져 버린 사람이고, 이제는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 우습게 느껴질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그런 이들이 한둘일까?  멀쩡이 잘 살다가도 사상범으로 몰릴 수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얼마나 있을까?  여전히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중인 나라.   전쟁중임에도 반으로 나뉘어진 땅덩어리 안에서 또 싸우고 있는 나라.  세월과 함께 무뎌지고 이제 전쟁의 기억마저도 '8.15'나 '6.25' 기념 행사를 통해서만 인식하게 되어버렸지만, 그러기에 그 시대를 살던 이들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이경자 작가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아직은 그 시대의 이야기가 '옛날 옛날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이야기로 치부되어 버리기엔 남아 있는 것이 너무나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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