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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자수 다이어리 - 자수로 그려 낸 사계절 정원 이야기
아오키 카즈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그림 좋아하는 사람은 그림 속에 빠져 있을때가 행복하고 책 좋아하는 사람은 책하고 놀때가 가장 행복하다. 꽃 좋아하고 자수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건 아오키 카즈코 처럼 정원을 가꾸면서 사계절 정원을 자수로 풀어놓은 일일 것이다. 참 이상도 하다. 자수의 이미지는 내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었다. 손재주도 좋지 않았고, 색색의 실을 가지고 오밀조밀하게 형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여간 낯간지럽지 않았으니 이렇게 자수에 관한 책을 읽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아오키 카즈코의 자수라고 하면 다시 한번 보고 있다. 작년에 처음 그녀의 책을 만났었다. 『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 장미 디자인이 그렇게 많은지 그녀의 책을 통해 알고는 이 책이 참 묘하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귀여운 자수 레시피 SEASONS』을 읽고 있고, 또 다시 그녀가 만들어 낸 『자수 다이어리』를 읽고 있으니 시작이 어렵지 한번 읽은 자수책은 또 다시 찾게 되는 듯 싶다.

시즌별로 책을 내는 아오키 카즈코의 자수관련 책들을 보면서 이 많은 자수 소재를 어디서 찾아 내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들도 실려있다. 잉글리시 로즈 향기에 푹빠져 벤치에 앉아 장미를 바라보고, 긴장감을 주는 어두운 색의 꽃과 벌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은 친근한 모티프가 된단다. 장미 손질에 꼭 필요한 도구들과, 방 안에서 보이는 정원은 액자속 풍경이 되어 자수로 태어나기도 한다. 관심이 없는 이에게는 그저 그런 일상에 지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 아오키 카즈코의 눈에는 매일 보기 때문에 보이는 소재란다. 벌이 날아오는 시간과 식물에서 좋아하는 장소까지, 성공한 꽃의 조합을 그렇게 수로 놓는단다. 어찌보면 꽃 좋아하고 자수 좋아하는 그녀는 정원 식재를 생각하는 것과 자수 디자인을 생각하는 것이 동일할지도 모르겠다. 남쪽 창 밖 한줄기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 겹꽃 장미가 흰색의 집의 바깥벽 색과 어울리게 심어놓은 것 조차도 자수를 위한 디자인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어떤 일이든 그저 손놀이처럼 쉽게 넘어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저자는 이야기 한다. 계절마다 피는 꽃을 모아서 스케치하고 색을 확인하면서 수를 놓는다고 말이다. 식물을 자수로 나타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생생하게 완성데는데, 색 조합을 생각하며 점. 선. 면을 균형있게 디자인한다고 하니 생명력이 짧은 꽃을 생생하게 완성해서 긴 생명을 주는 자수는 서로 닮은 듯 다르다. 각 계절의 리스는 물을 담은 접시에 정원에서 딴 화초를 배치해 스케치한 뒤 수를 놓고, 정원을 한 바퀴 돌며 식물을 모은뒤 재 배열한다고 하니 들풀과 꽃이 섞인 정원은 그녀에게 모티프로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자란 장소와 지내 온 시간이 제각각인 식물들이 일제히 성장하면 정원은 그해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한번도 동일한 모습이 아닌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그려내는 작가의 손길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자수집이기에 basic technique 부터 기타 기법과 포인트 레슨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프렌치너트 스티치나 위빙 스티치는 아이들 옷에도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스티치다. 다른 자수집에서도 만날 수 있는 스티치 방법들. 학창시절에 분명 배웠음에도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사라져 버린 기억들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이곳에 있다. 스트레이트 스티치, 러닝 스티칭, 백 스티치, 카우칭 스티치, 프렌치너트 스티치, 오픈 버튼홀 시티치, 새팅 스티치, 체인스티치와 플라이 스티치까지 이렇게 많았던가? 이러니 가사 시험이 어려웠지... 어찌되었던 역시나 자수집의 하이라이트는 도안이다. 사계절 자수 다이어리이기에 봄꽃, 여름꽃, 가을꽃과 겨울꽃까지 실물크기의 도안들은 손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이제 꽃을 넘기면 리스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넘어가는 것이 없이 도안들은 어서 빨리 따라 해보라고 외치는 듯 싶다. 이태리 장인의 솜씨가 부럽지 않는 한땀 한땀 놓어가는 자수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자수 다이어리』로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있으니, 책이란 참 묘한 마술의 장을 펼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