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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꽃신 2 - 완결
윤이수 지음 / 동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한낮의 온도가 35도를 가리키고 있단다. 이렇게 더운날 달달한 로맨스가 왠말이냐 싶지만, 로맨스가 급 땡길때가 있다. 요즘들어 로맨스 소설이 어찌나 좋은지, 몇권씩 쌓아놓고 읽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약간은 '므흣'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이야기를 펼쳐내는 로맨스들은 달달함의 극을 달리는 브라우니와 블랙커피를 한잔 마시는 기분이랄까... 달콤 쌉싸름함이란 말이다. 게다가 이 로맨스 소설은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눈이 따라가지 못할정도로 빠르다. 심각하지 않기에 어쩌면 현실도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4월의 아픔이 여전히 세상에 녹아서 흘러내리고 있을때 현실 도피라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가 도피할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책속에 빠지는 것밖에 없으니 말이다.
남장을 한 은서의 존재를 알고 난 후 둘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어찌나 달달하게 사랑을 이야기하는지, 남자로 살아오면서 사랑한번 못해 본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다. 무슨 과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위겸 역시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자신의 아픔보다 위겸의 아픔이 더 아리게 다가오는 것 또한 사랑일 것이다. "제가 바람이라면 오직 위장님의 땀을 식혀 줄 미풍일 것입니다. 저는 이미 위장님의 사람입니다. 위장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제 마음 속을 채우고 있던 분노와 증오, 원망과 좌절을 모두 비워내고 그 대신 위장님을 담으라 하시질 않으셨습니까?" (p.34) 이리 예쁘게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위겸은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 해야 할텐데, 참 쉽지가 않다. "너는 내가 왕이라도, 내가 이 나라의 왕세자라 하여도 당당히 어깨 견주고 바라 볼 수 있는 그런 여인이다. 아니, 그리 되도록 내가 만들 것이야." (p.40). 이런다 한들 누가 위겸을 왕세자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냥 그러려니, 흔한 연인들의 이야기거니 했겠지.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있어야하고, 인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아비인 홍상덕의 자제는 어찌나 안하무인인지 아비의 후광을 업고는 자신 위에 있는 이가 없는것 처럼 보이니, 자신을 무시한 우림위의 여자처럼 야리한 은서가 너무나 못마땅하다. 어떻게든 은서를 헤하고 싶은데, 그럴때마다 나타나는 우림위장은 왜 이리 얄미운지. 금군에서 남자간의 사랑이란 있을 수 없는일. 아무리 보아도 우림위장과 은서의 관계가 묘하다. 둘을 한번에 잡아들이는일에 홍상덕의 아들이 가담을 하면서 위겸과 은서는 위기에 처하지만, 위겸이 누구인가? 한나라의 왕세자가 아니던가? 둘의 관계가 들통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젠 은서를 설득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버렸다. "우리네 같은 미천한 인생에게 삶이란 살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선택의 것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이 잡초 같은 우리네삶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떻게든 살아질 것입니다." (p.124). 그렇게 믿으라 했는데, 이렇게 딱 부러지게 이야기를 하니 위겸 난리났다.
"상사지몽. 내 여인이 내 검에 붙여준 이름이라네. 내게도 소중한 시절이 있었고, 행복한 시간이 있었지. 하지만..." (p.280)
"무영검이란 말 그대로 그림자가 없는 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허나, 무영의 진실한 뜻은 그림자조차 없는 신세. 즉, 육신이 없음을 뜻하니. 그림자기 없는 육신은 온통 공허할 뿐이요. 공허는 고독과 무상을 가져오니 이는 곧 모든것이 덧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결국 인생사의 허무함을 말하는 것이거늘.." (p.340)
왜 홍상덕의 머리에 대침이 그의 기억을 차단시켰는지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죽은 위겸의 어미는 어째서 왕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아니, 사랑하지 않은것이 사실이었을까? 드라마라면 막장의 끝을 보여 줄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된다. 무술의 도를 깨쳤다는 용우관의 한용우. 그가 왕비의 배다른 오라비였단다. 문제는 그의 사랑이 여동생이었다는 것. 사랑하는 여동생을 왕에게 보내버린 홍상덕을 자신보다 가슴아프게 만들고 싶었고, 자신이 아닌 왕을 사랑했던 여동생을 자신만의 사랑으로 만들고 싶어 죽였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 그뿐인가? 복수의 칼날은 자신의 연인이라 우기는 여동생의 죽음과 함께 날을 세웠단다. 이건 뭐야? 지가 죽여놓고는 왜 날을 세워? 어찌되었던지 본격적인 무협액션로맨스의 시작이다. 칼날이 몸의 기와 함께 싸우면서 소리를 내는 무협지를 따라햐하니 무협액션로맨스라 불러도 문제 없다.
무연적무염 시시소요인(無戀赤無厭 始是逍遙人) '사랑도 없고 미움도 없으니, 이제야 자유를 얻게 되었구나'라고 말은 근사하게 하는데, 결국 한용우는 사랑에 미친이일뿐. 그나저나 홍상덕은 기억이 돌아오고 난후에 화령이 죽음을 당하고 이제 은서까지 죽게 생겼다. 그나마 홍상덕의 부인인 진부인이 통정을 했다는 사실이 들어나고, 그의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까지 밝혀졌으니 은서 신분 상승하게 생겼다. 급속도로 결말을 향해 달리는 이야기. 챙챙챙 신나는 칼 싸움이 일어나고, 윤이수 작가가 위겸과 은서를 맺어주어야 할텐데, 어떻게 맺어줄까? 너무 많이 알려준 것 같다. 대부분의 로맨스는 해피앤딩이다. 누군가의 시점에서 봐야할지는 독자의 몫이다. 상덕과 화령을 본다면야 가슴아프지만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니까, 왜 이 소설의 제목이 '비단꽃신'인지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고, 어찌되었던 소설은 해피앤딩이다. 패랭이꽃 수놓아진 비단꽃신 한켤레가 곱게 빛나는 그런 소담하면서 화려한『비단꽃신』이다.
"언제까지고 내 사람이라는 징표이다. 이 꽃신 신고 걷는 걸음은 언제나 나만을 향해야만 한다. 오직 내 곁에서 나의 여인으로만 머물러야 한다." (p.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