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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호감가는 얼굴에 정면을 응시하면서 끌려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로 미소짓고 있는 모습, 단순한 면티를 입고 수염도 깍지 않았는데도 근사하게 다가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잘나도 너무 잘났다. 한 사람의 역사, 어찌보면 이 남자의 전기를 읽고 있는데, 누구 말데로 '금 숫가락 물고 태어난'사람마냥 빠지는 것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학습 장애 난독증 진단'을 받은 것을 시련이라 해야할까? 소년 시절 부터 사물의 작동 원리에 호기심을 드러내고, 소년이 드러내는 호기심을 여지없이 받아주고 밀어주는 대단한 아버지를 두고 성장한 조너선 아이브. 부러우면 지는거라 했는데, 책장을 몇장 넘기지도 않고 져버렸다. 마음에 들지 않은 전기문이라 하면서 이 남자가 궁금한 것 역시 사실이고, 이 남자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리앤더 카니가 주변인들과 조니에게서 들은 내용들로 엮은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마이크 아이브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진정한 열정가였습니다. 늘 활력이 넘쳤으며 아들의 성공을 간절히 열망했어요. 조니가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한 최상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돕는 그런 아버지였지요."(p. 27)
아들을 위해서 자신의 연구실을 과감하게 열어주고, 아들의 진로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아버지 마이크 아이브. 아들이 잘하는 디자인을 정식수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 아버지는 아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경력을 만들어 주기 위해 언제나 힘을 쓰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럴 수 있는 아버지가 얼마나 될까 싶으면서 부럽다. 재능을 알아봐주고 그 재능을 꽃피우게 하기 위해서 혼신을 다해 도와주는 부모가 옆에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아이브는 마이크 아이브의 도움도 있었지만, 그 못지 않은 천재다. 천재라고 밖에 이야기 할 수가 없다. 대학시절 만든 TX2펜을 시작으로 그가 만들어 낸 것들이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 보통의 디자이너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은 드로잉 실력과 작동원리까지 꽤뚫고 프리젠테이션에서 디자인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분해를 함으로써 내부까지 보여준다는 글을 읽고 못하는게 있기는 할까 싶었다.
책을 읽기 전에 '조니 아이브'를 찾아보니 그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세계최초로 컴퓨터를 둥글게 만들고, 속이 보이는 컴퓨터를 만들었다는 정도가 대부분이었지만, 일괄적으로 나오는 것은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말이었고, 그가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지 구입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실린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인터뷰어가 다음엔 어떤 걸 만들예정이냐고 묻고, 조니가 컵이라고 답하는 부분이었는데, 컵이라는 말에 인터뷰어가 의아해 하지만, 결론은 '그가 어떤 컵을 만들던 우리는 그 컵을 사게 될 것이다'.라고 쓰여있는 부분을 읽고는 이 남자가 굉장한 디자이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1967년에 태어났으니 우리나이로 쉰도 안된 이 남자의 이야기는 책 소개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디자이너이자 영국 디자인 교육 정책가였던 아버지 마이클 아이브가 미친 영향부터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심어 준 뉴캐슬 과학 기술 대학의 교육, 로버츠 위버 그룹과 탠저린에서의 다양한 경험, 그리고 아이브를 애플에 영입하기 위한 로버트 브러너의 노력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애플 입사 이전의 조너선 아이브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애플 입사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내 불과 4년 만에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책임자가 되는 과정, 1997년 복귀한 잡스와의 창조적 파트너십, 애플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분투, 아이맥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이 개발되는 과정도 생생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잡스가 죽은 후, 잡스의 파트너들의 이야기가 속속 들려오고 있다. 잡스가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닌 자신의 "영혼의 파트너"라고 이야기를 한 조니의 이야기부터, '가장 신뢰한 애플의 조력자'라 일컬었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켄 시걸까지, 이제 잡스 이후에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이 애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줄 것이다. 워낙에 대단한 회사인 애플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이쪽 관련으로 무지하기에 역시 나는 책으로 통해서 만난 그들의 이야기가 전부로 다가온다.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나 만났던 천재를 이렇게 만나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드라마를 보면서 천재들의 모습은 현실감 없게 다가오는데, 조너선 아이브는 내 세계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인지 드라마보다 훨씬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아이디어가 넘쳐나서 한번에 5~6개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내고, 만들면 히트를 치고, 학창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마다 몇년후엔 세상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이니 이게 어디 현실적인가? 그럼에도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한 건 이들로 인해서 세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함, 집중, 디테일'이라는 애플의 혁식을 낳은 이 천재의 이야기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애플의 디자인. 애플 스튜디어의 장막 뒤에 가려져 있던 천재 조너선 아이브. 21세기의 혁신의 키워드인 그의 철학이 애플의 철학으로 변화되어 펼쳐지고 있고, 그 변화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으니 너무 잘나서 마음에 들지 않은 이 남자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책 한권 읽고 나니, '조너선 아이브'를 '조니'라는 애칭으로 불러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니 그 또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