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더 리턴드 The Returned
제이슨 모트 지음, 안종설 옮김 / 맥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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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의 부활이외에 부활을 믿지 않는다.  생때같은 아이들이 죽어 나가고, 그 아이들 중 한명이라도 살아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 또한 부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 이성으로는 분명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주검을 확인하고 품에서 가슴에서 놓아버린 아이가 다시 '엄마~'하면서 품으로 돌아온다면 어떻게 할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강풀 작품 중 『이웃사람』이라는 웹툰이 있다.  '죽은 딸이 매일 집으로 돌아온다'로 시작하는 웹툰은 두려움으로 시작되지만 새엄마와 죽은 아이가 서로간의 이해를 하고 죽은 아이를 내 아이로 받아들이는 순간 두려움이 아닌, 기쁨과 안쓰러움으로 변화된다.  웹툰을 읽으면서 '나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것도 아닌, 오늘 아침에도 보고, 얼굴 쓰다듬고 '사랑한다'이야기하던 내 새끼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어떻게 할까?  분명 아이의 환영만이라도 붙들고 싶고 주검 일찌라도 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니까. 

 

 

 

 

   자식은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반세기 전에 가슴에 묻어버린 자식이 그 모습 그대로 나를 찾는다면...?  내 아이 뿐 아니라 죽음으로 안식에 들어간 이들이 세상을 활보한다면 어떨까?  사랑했던 가족일 수도 있고, 전쟁을 일으켰던 전쟁광일 수도, 살인마 였을 수도 있는 그런 이들이 내 주의를 돌아다니고, 그들의 가족을 찾는 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사랑하는 이였다면 가슴 절절함으로 다가올것이고 무서움에 떨었던 이라면 또 다시 찾아오는 두려움에 몸서리 치게 될 것이다.  『더 리턴드 The RETURNED』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같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해럴드와 루실 부부의 아들 제이콥은 1966년 여덟 살 생일에 집 주변 강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제이콥이 없는 삶에 익숙해져 갔고 그들의 상처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아물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악마예요."..."그들은 우리를 죽이려고 온 거예요.  아니면 우리를 유혹하거나! 정말 말세라니까요. '죽은 자들이 땅 위를 걸으리라.' 성경에도 나오잖아요!" (p.19)

 

  귀환자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적으로 죽은 이들이 살아 돌아오고 있다는 보도에도 루실의 반응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오히려 루실보다는 해럴드가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니까요."라는 루실의 반응에 "음, 사람이 아니면 뭐야? 식물인가? 아니면 광물?"(p.18) 이라고 답을 하면서 이성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 부부앞에 반세기 전에 죽은 아들, 제이콥이 피로 범벅이 된 모습으로 문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귀환자들이 땅위를 걸어다니는 악마라고 생각했던 루실일지라도 '제이콥'이 반백의 할머니가 되어버린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 모든 이성은 사라지고 루실에겐 모성만이 남아 제이콥을 지키기에 급급해 진다.  오히려 루실과 다른 관점에 있던 헤럴드가 다시 살아 돌아온 '제이콥'의 존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해 하지만, 헤럴드 역시 따뜻한 손과 심장이 뛰는 제이콥으로 인해 자신이 변해가는 것을 알게 된다.

 

"너는 기적이라는 것을. 모든 생명은 다 기적이라는 것을." (p.65) 

 

  피터즈 목사의 말처럼 제이콥은 루실에게 기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모두에게 귀환자가 기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귀환자를 거부하는 가족으로 인해 어찌할 줄 모르는 앤젤라 존슨같은 소녀도 있고, 총상으로 몰살당했던 한가족이 함께 돌아오면서 그들의 거주지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태평양 전쟁 당시 죽은 일본 병사가 돌아오면서 현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뿐인가?  사후에 천재화가로 이름을 드높이던 화가의 귀환은 화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이들을 열광하게 하기도 하고, 어린시절 첫 사랑의 귀환은 현재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귀환자를 관리하는 사무국 요원들은 돌아온 이들을 가족에게 인계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지만, 귀환자의 무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게 되면서 정부는 귀환자들을 수용소에 가두기 시작한다.

 

  살아있는 자와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관의 대립은 이야기를 극으로 치닫게 만들어 버린다.  모든 죽은자들이 살아돌아온것이 아니니, 사랑했음에도 돌아오지 않은 가족으로 인해 가슴 아린 이도 있었을 것이고, 사랑했음에도 그들의 존재를 부인하며 침묵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산 사람을 지지합니다."(p.238) 라는 프레드에 외침에 동조하는 무리들이 생기면서 피켓시위는 무력 시위로 변화기 시작하고, 산사람과 죽었던 자들 가운데서 어찌할 줄 몰라하는 정부와 사무국은 여실히 무능함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다가오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얼마나 많은 귀환자들이 이곳 아카디아로 몰려들지 알 수 없기에, 나와 다른 이들을 보면서 두려웠을 것이고 겁이 났을 것이다.

 

"제 친구 하나는 한국으로 발령이 났어요.  조그만 나라일수록 상황이 더 안 좋아요.  땅이 넓은 나라들은 어쨌건 그들을 몰아넣을 데라도 있잖아요.  하지만 한국-한국과 일본-은 그럴 수가 없죠.  사람들을 몰아 넣을 땅이 워낙 부족하니까요.  그런 데는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 같은 게 있어요." (p.316)

 

  작가는 친절하게도 군인인 주니어의 입을 통해서 수용소가 되어 버린 학교에 갇혀있는 이들이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읽는 대한민국 독자는 좁은 땅덩어리와 정부의 대처능력에 가슴 아파 하고 있는데, 알고는 있을까?  90년 전에 죽었던 이가 돌아오고, 반세기 전에 죽은 이가 돌아오고, 태평양 전쟁에서 죽은 군인이 돌아오고 있으니 그 끝이 어디일지 누가 알겠는가?  이제 읽는 독자 조차도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순간, 작가는 수용소에서 제이콥이 사귄 맥스의 변화를 통해 이 전대미문의 현상이 끝이 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마치 무슨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이 귀환자 소년의 눈알이 돌아가면서 흰자위만 남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져버렸다.' (p.185)

 

  죽은자와 산자의 공존은 시간의 흐름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지만, 역시 죽은자였던 살아있는 자이든, 인간의 욕망은 수용소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삶에 대한 욕망 속에서 사그라 들지 않는 건 가족에 대한, 이웃에 대한 사랑임을 일깨워준다.  『더 리턴드 The RETURNED』를 읽는 내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잔인한 4월에 대한민국에 일어났던 오열 속에서 아이들이 살아나기를 바랄지는 생각해본다.  단순히 한가지만을 생각할 수 없음을 작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안되리라는 이성과 함께, 그럴지라도 단 한명이라도 라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부모이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힘없는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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