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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원포인트 자수 스티치 750 - 작고 귀여운 동물과 꽃, 이니셜의 750가지 도안과 16가지 기초 스티치 ㅣ 두근두근 자수 레슨 시리즈 1
applemints 지음, 김수정 옮김, 심플소잉 감수 / 참돌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나와 동생이 입던 옷은 언제나 팔꿈치와 무릎에 각양각색의 귀여운 아플리케가 되어있었다.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린시절 내가 살던 동네엔 남자 친구들이 많았고, 노는 것도 남자아이처럼 놀았다고 한다. 그러니 옷들이 멀쩡하게 있는게 없었고, 엄마는 우리 남매의 옷에 아플리케를 꼭 해주셨었다. 옷이 헤어져서 아플리케를 한건지, 모양으로 미리 하신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플리케를 한 옷을 입을때면 대단한 옷을 걸치기라도 한것처럼 의기양양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다른 친구들의 옷에도 아플리케가 되어있었지만, 우리 엄마의 솜씨는 의뜸이셨다. 엄마는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을 잘하셨다. 지금이야 연세가 많이 드셔서 눈이 침침해지셔서 바느질에서 손을 놓으셨지만, 어린시절 기억의 잔상속 엄마의 손은 언제나 바쁘셨다.

흰 레이스실과 코바늘로 도일리를 뜨시고, 헤어진 옷위에 바늘 몇번 스치기만 하면 예쁜 문양이 놓여있는 걸 볼때마다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고, 어쩜 엄마는 마법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엄마가 마법사이니 나 역시 엄마만큼 손재주가 뛰어나리라 생각을 했었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가사 시간에 뜨개질, 바느질, 자수등의 실습 시간이 다가올때면 여지없이 나의 손재주는 바닥을 치곤했었다. 종이접기 외에 손으로 하는 것들이 어찌나 어려운지, 내 한계를 느끼곤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보는것은 좋아한다. 깨끗한 블라우스에 작게 놓여져 있는 앙증맞은 문양을 좋아하고, 시간을 아껴가면서 손을 움직이는 손들을 보는것을 즐긴다.

'작고 귀여운 동물과 꽃, 이니셜의 750가지 도안와 16가지 기초 스티치'로 되어있는 이 책은 보는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행복한 책이다. 처음 자수를 시작하는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스티치 기법을 시작으로 생활소품에 활용하는 15가지 특별한 방법과 함께 준비 도구부터 실을 꿰는 방법, 매듭을 짓는 방법, 색의 색상과 사용법까지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설명을 해주고 있다. 나같은 이들을 위한 책임에 틀림이 없다. 이상하게도 손재주가 전무하다고 하지만, 주부경력 15년차가 넘으니 그림이 이해되어 지고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눈으로 들어오는 고운 자수들이 손끝에서 만들어 졌으면 하는 생각들이 저절로 들정도로 책은 실행의지를 높여주고 있다.

일본 수예전문출판사인 applemints의 자수 도서 중 독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도안 750가지를 선별해 모아놓은 이 책은 총 4개 파트로 나뉘는데, Part 1은 꽃과 잎사귀, 열매, Part 2는 작은 동물과 생명체, Part 3은 영어를 이용한 장식 문자와 숫자, Part 4는 꽃과 화초, 동물을 사용한 다양한 라인과 코너를 담고 있다. 출판사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이 책에 담긴 모든 꽃과 화초는 사계절을 모티브로, 작고 귀여운 동물은 육상동물과 수생동물, 곤충으로 나누어 보다 다양한 수를 놓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눈을 사로잡는 자수는 꽃과 동물이다. 꽃이 지고 푸르름이 세상을 덮고 있어도 여전히 나는 꽃이 좋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게 표현을 했는지, 책을 보면서 미소가 머금어 진다. 게다가 작은 동물들은 어떠한가? 고슴도치를 집에서 키우고 있는데, 수놓아진 고슴도치를 보니 너무나 사랑스럽다. 울집 아이도 이런가? 서있는 모습을 본적이 없는데, 자수 속 고슴도치는 두발로 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앙증맞고 세밀한 자수의 특징이 일본 자수의 특징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알게되었다. 굉장히 오밀조밀하고 사랑스럽다. 볕 좋은날 창가에 앉아 고운 옷 한귀퉁이에 사랑스런 자수 한땀 놓으면서 행복해지고 싶은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예쁜 책. 『처음 시작하는 원포인트 자수스티치 750』은 내게 자수의 두근거림을 일깨워주는 그런 책이다. 이렇게 다양한 도안이 실려있으니 자수에 세계에 빠지기를 원한다면 입문용으로도 중고급용으로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