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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주홍색 연구 : 최신 원전 완역본 - 셜록 홈즈 전집 0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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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에 흥분하고, 셜록에 흥분하는 나는 셜로키언이다. 아니, 셜로키언이라고 생각했었다. 셜록을 굉장히 잘 알고 있다고 여겼었다. 벌써 몇번째 다른 버전으로 <주홍색 연구>를 읽었었고, <네 사람의 서명>,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뿐 아니라 꽤나 많은 셜록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셜로키언들의 이야기를 다룬 <셜록미스터리>도 무리없이 읽었기에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분명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낯설다. 새로운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구름위에 놓여져 있는 이야기들 처럼 시간과 함께 퇴색되어 버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1. 문학지식-없음. 2. 철학지식-없음. 3. 천문학지식-없음. 4. 정치 지식-거의 없음. 5. 식물학지식-때에 따라 다름. 벨라도나와 아편, 독성 물질 일반에 대해서는 해박. 실용적인 원예 지식은 없음. 6. 지질학 지식-실용적이지만 제한적. 여러 가지 토양을 구별가능. 산책 후 바지에 튄 흙탕물 자국을 내게 보여준 뒤, 흙의 생과 경도만으로 그것이 런던 어디에서 묻은 것인지 밝혀 냄. 7. 화학지식-깊음. 8. 해부학지식-정확하지만 체계적이지 않음. 9. 범죄 문헌지식-막대함. 금세기에 자행된 모든 범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듯함. 10. 바이올린 연주에 능함. 11. 목검술, 권투, 펜싱 실력이 뛰어남. 12. 영국 법에 대한 실용적 지식을 지님. (p.25)
아프카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근무를 하다 제대후 비싼 런던에서 하숙집을 찾다 홈즈를 만난 왓슨박사가 한동안 홈즈를 관찰 한 후 쓴 기록이다. 왓슨을 보자마자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오신 모양이군요"(p.15)라고 이야기를 하는 이 이상한 룸메이트는 유식한 만큼이나 무식한 인물이다. 현대 문학, 철학, 정치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고, 19세기를 살고 있는 문명인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내가 알고 있는 셜록 홈즈가 맞는 걸까? 맞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알아도 머리가 아픈 홈즈에게 필요없는 것은 그냥 넘기고 싶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역사상 가장 특출한 사립 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사건 기록자 왓슨이 베이커가 221B번지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왓슨을 놀라게한 홈즈의 첫번째 명추리가 시작된다.
로리스턴 가든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벽위에 쓰여진 'RACHE'. 남자는 유럽에서 건너온 이녹 J.드레버로 밝혀지고 그곳에 떨어진 유일한 증거품은 반지 하나. 드레버의 죽음 이후 드레버의 비서인 조지프 스탠거슨이 핼리데이 프라이빗 호텔에서 살해된체 발견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1880년에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내겠는가? 드디어 홈즈의 시간이 왔다. 왓슨이 깜빡 넘어갈 수 밖에 없을 정도의 추리력을 펼치는 홈즈. 21세기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19세기에 펼쳐내기 시작한다. 미드시리즈 CSI에서나 이용할 것 같은 혈흔 검사법을 알아내고, 발자국 관찰로 범인의 윤곽을 잡아내고, 행동분석팀의 프로파일링 기법보다 더 빠르게 법인의 상을 그려낸다. 어느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때 혼자서 해결을 해낸다. 일반인을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탁탁탁 몇번의 움직임만으로 홈즈는 사건을 해결해 버렸다. 하지만, <주홍색 연구>는 이제 부터 시작이다.
이야기는 알칼리 대평원에서 부터 시작된다. 죽음에 문턱에서 존 페리어와 루시 페리어는 종교 탄압을 피하여 새로운 낙원을 찾아 황량한 미국 서부 지대를 횡단한 모르몬교도인들에 의해서 구출된다. 존 페리어와 루시 페리어는 모르몬교도를 살게 되지만, 모르몬교도와의 혼인만을 인정하기에 일부다처제가 당연한듯이 받아들여지는 그곳에 존은 루시를 남겨두고 싶어하지 않고, 때마침 루시는 비모르몬교도인 제퍼슨 호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신들의 규율을 따르지 않으면 죽음만이 있는 곳. 모르몬교의 교리와 규율속에서 존과 루시는 죽음을 맞이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제퍼슨 호프는 드레버와 스탠거슨을 쫓으면서 이야기의 전말은 들어나지만 황량한 미국 서부의 역사 속에 서려있는 그들의 원한은 그대로 남아있다. 이렇게 사건은 해결이 되지만, 역시나 모든 공은 런던 경찰국의 그레그슨과 레스트레이드에게 돌아가고, 아마추어 탐정인 셜록 홈즈는 왓슨에 위로를 들을 뿐이다.
"내가 이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일기에 적어두었으니 언제든 세상에 발표할걸세. 그때까지 자네는 보물을 꽁꽁 숨겨두고 그저 성공했음을 음미하는 로마의 구두쇠처럼 만족하게나"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