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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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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누구도 지금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과거의 한점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지면서 하나의 선을 이루고 그 선이 현재를 만들고 또 그순간의 점들이 또 다른 선을 이어 미래를 만들어 낸다.  과거로 갈 수 있는 토끼굴을 발견한 순간 제이크 에핑은 현실에서 미래로 가는 선을 끊어버렸다.  그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지만, 베트남전이나 세상을 혼란스럽고 우울하게 만들었던 수많은 일들이 사라지고 더 나아질 거라고 믿는 앨의 말에 고등학교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케네디를 살리기 위해 과거 속에 발을 디밀어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엘로운맨의 죽음. 블랙맨.  하지만 단순하게 케네디만 살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넘어온 1958년은 제이크에게 있어 현실의 삶이었던 2012년과 전혀 다른 삶이 아니다.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의 교류가 있었고,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1962년 말에서부터 1963년 초까지 이중생활을 살았다.  조디와 킬린의 캔들우드에서 보내는 즐거운 생활.  그리고 댈러스에서 보내는 그 나머지 생활.'  (p.271)

 

  분명 그가 1958년부터 1963년까지 과거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 과정속에서 제이크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을 만나면서 그의 삶을 흔들어 놓기 시작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속에 있는 그의 사람들.  그가 미래에서 왔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믿는 이들은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었고, 그들을 제이크는 외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스티븐 킹은 계속해서 '변화를 싫어하는 과거'라는 표현을 쓰면서 과거를 변화시키려는 제이크를 붙잡는다.  머릿속으로 그린 미래가 고통없는 삶으로 다가올지 예전과 같은 삶이 되어 다가올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오직 과거에 갇혀있는 제이크에게 미래는 앨이 꿈꾸던 모습으로 다가오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다.  어설프지만 아주 용감한 여인, 새디의 전 남편조차도 과거의 변화를 끊어버리는 존재로 나타나고, 오스왈드 주변의 인물들 조차도 앨이 제이크에게 알려줬던 모습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만일 과거로 돌아가, 서거한 대통령을 살릴 수 있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까?'  이런 단순하리만치 간단한 질문 하나로 인해 제이크의 인생은 격변하는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버린다.  그리고 그 안엔 새디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디 곁을 돌고 있는 또 다른 축의 역사는 거대한 팬처럼 제이크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새디에게도 강풍을 몰아치기 시작한다.  물론, 그런 바람을 맞는 이가 새디만은 아니었다.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이었다고 해도 교사를 아무런 자격 확인도 없이 채용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제이크는 조지 엠버슨이라는 이름으로 덴홈 통합 고등학교 대체 교사가 되고 그 과정속엔 제이크와 운명을 같이하는 이들이 함께 커다란 축을 이루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기 시작한다.   그저 작은 날개짓 한번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제이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나비나, 나비떼의 날개짓처럼 제이크 곁에서 펄럭이기 시작한다.

 

'내가 오스왈드를 죽여도 케네디가 암살당한다면 모든 게 헛수고가 되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깨끗이 털고 다시 시작하면 될까? 크랭크 더닝을 다시 죽이고, 캐롤린 풀린을 다시 살리고, 댈러스로 다시 건너오고. 새디를 다시 만나고...' (p.366)

 

  역사속에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할 수 있을까?  내삶을 포기하면서 역사 속 인물을 살려내는 것이 옳은 일일까?  작가는 제이크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과거를 조금씩 바꾸면서 생기는 끈이 어떻게 엉키는 지는 알수 없지만 알수없을 정도로 살짝 살짝 엉켰던 실타래는 이제 풀어 낼 수가 없다고 말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과거속에 잡혀 있는 한 남자.  이 남자의 행동이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작가는 분명 우리에게 보여준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희생시키고 얻은 댓가를 제이크의 눈앞에 보여주면서 제이크에게 케네디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 그리고 새디의 인생을 생각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를 이렇게 끝내버렸다면 그저 그런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스티븐 킹은 '이야기의 제왕'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이 한편의 소설 속에 현대 정치, 사회, 대중문화의 모든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그가 만들어 내는 세상속에 스펀지처럼 흡수되어 읽는 이를 제이크가 아닌 조지가 되어 새디를 만나고 사랑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기에 역시 스티븐 킹이라고 외칠 수 있게 만든다.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눈앞에 나타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렇다고 또 다른 과거로의 여행으로 리셋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순간에 독자의 기대를 포기하게 만들면서도 또 다른 희망을 보게 만들어 내는 능력.  대단하다.  가장 원했던 결말이라고 해야하나?  아니, 아쉽다고 해야하나?  어쩌면 요즘 트랜드가 이런 결말인지도 모르겠다.  얼마전에 읽은 『광해의 연인』의 마지막 결말과 비슷했으니 말이다.  시간여행은 언제나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이지만, 희망과 불안이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 속에서 가장 옳은것을 찾는 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한번뿐인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존재는 슈퍼맨뿐일 테니 말이다.  지구의 자전을 돌려 시간을 돌리는 슈퍼맨도 과거의 시간을 바꾸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지 않았을까?  더 많은 시간이 흐른뒤의 모습은 보여주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시간여행이라는 테마는 영원한 미스테리며 가장 핫한 화두중에 하나일 것이고, 스티븐킹이 풀어낸 시간여행은 굉장히 근사하고 가슴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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