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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황상제 막내딸 설화 2 - 완결 ㅣ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3
이지혜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평점 :
어렸을 때 보았던 《전설의 고향》속 신계는 인간세상과는 많이도 달랐다. 천계가 아닌 신계임에도 나무꾼이 어쩌다 들어서서 정자위에 앉아 여유롭게 바둑을 두는 노인들에게 몇마디 훈계를 두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몇 세대가 건너뛰었더라는 이야기들이 종종있었다. 이래서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선계에 단 몇일이 인간세계에 있는 도끼 자루가 섞을 정도니 선계와 지상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 것이다. '지상과 천상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지상에서의 15년이 천상에서의 1년 정도와 같으니, 설화가 이곳에서 며칠을 지내고 몇주를 보낸다 하더라도 천상으로 돌아가면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 있지는 않을 것이다.' (1권 p.31) 시작부터 이렇게 다른 시간의 흐름을 넌지 던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설화가 황산에서 사라지고 8년이 흘렀단다. 열네살 소년이 스물두살의 장성한 장부가 되어 황태자가 될 동안 설화는 뭘하고 있었을까? 여전히 열다섯 어린 아이인 설화. 넌 도대체 어디에 간거니? '황후화'를 찾으로 산신 '현오'와 함께 신선계에 들어갔단다. 춘려의 수하중 누군가가 돌아다니는 것이 꼭 '황후화'를 찾는것 같았다고 하니 설화가 그냥 있을리 만무했다. 고작 하루동안 호공과 동방삭을 만나고, 궁희의 딸 춘려를 만났을 뿐인데, 8년이 흘렀단다. 알콩달콩 태율과 있을 시간도 부족한데, 태율에겐 8년이 흘러버렸단다. 아까워서 어쩌나. 흘러간 시간이 아까워 어쩌면 좋을까?
"황산으로 데리러 갈게. 사흘, 아니 닷새 안으로 갈 거야. 황궁에 오지 않으면 황후화는 없어. 설화." (p.29)
기어코 설화를 찾아내더니, 요 쪼그만 황자가 능구렁이 황태자가 되어버렸다. 황궁으로 오란다. 그래야 '황후화'를 주겠단다. 세상 천지에 '황후화'가 있다는 말도 처음 들었지만, 이걸 철떡같이 믿고 있는 옥황상제의 막내딸이라니. 그 덕분에 태율보다 더한 능구렁이 '현오'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남을 의심하지 않는 순박한 그 맘에 현호가 설화에게 푹 빠져버렸지만 말이다. 칭찬인지 욕인지 알수 없지만 황태자 하나도 버거운데, 삼족오라는 현오까지 설화에게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신선과 태자. 설화는 누구를 택할까? 아니, 설화가 택하기만 하면 해결될 일일까?
자신의 시간으로 하룻밤 사이에 대장부가 되어버린 황태자의 황태비가 되어버린 설화. 이렇게 이야기가 '끝~'이라면 너무 아쉽다. 김이 빠져도 너무 빠져버린 이야기로 끝이나니 말이다. 그래도 옥황상제딸인데, 천계의 공주가 황태비라니. 어찌되었던 이야기는 계속된다. 천계의 공주님을 못잊어 기웃거리는 삼족오 현오. 공주님은 내가지킨다를 외치는 늑대 요랑. 그리고 황태자 태율, 태어나자마자 황산에 오르기전까지 언제나 아팠던 황자. 이 아이가 황산에 가서 설화를 만나 천도를 먹고 설화가 준 천계의 약을 먹은 후부터 기골이 장대한 대장부로 변하기 시작했단다. 끊임없이 죽음과 싸워야만 했던 어린 황자는 여전히 누군가와 싸워야 하고 그가 있는 곳은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황궁이다.
고운표정으로 황태자의 어미인 황후처럼 변하고 있는 귀비 요운. 가슴속에 쌓인 아픔을 풀어 낼길이 없어서 세상을 아래에 두고 싶은 여인 요운. 이 여인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을까? 제목이 '옥황상제 막내딸'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이 막내딸 설화 공주고, 황태자 태율이다. 그들 사이를 저주하고 악을 행하려 한다고 행해지겠는가? 천제가 다 지켜보고 있는데 말이다. 악을 행하면 천벌을 받는다는 표현이 책속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읽다 보면 전형적인 '웹소설'이다. 심각하지 않고 편하게 읽으면서 권선징악을 이야기하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천계의 공주가 어떻게 세상을 살다가는지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는 지상에서만 펼쳐지는게 아니니 말이다.
이지혜 작가의 『옥황상제 막내딸 설화』는 설화의 이야기인 동시에 할머니가 손녀딸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형식을 띄고 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야 이렇게 자세하게 나오진 않았겠지만,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글자형태를 띄면서 책으로 만들어 지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일 것 이다. 선계에 나이로 꼬꼬마일뿐인 막내공주에게 반해 월화를 향해 구애를 바치는 백호랑이 함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현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의 여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지혜 작가의 천계와 선계의 다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 주머니 속에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 주머니 속에 꽁꽁 숨겨져 있을 또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