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탐정의 사건노트 5 - 움직이는 인형의 집 오랑우탄 클럽 5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오유리 옮김, 정진희 그림 / 비룡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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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 시간과 잠자는 시간도 들쭉날쭉이라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지만 다행히 생명력 하나는 끝내줘서 일주일 동안 먹는 걸 까먹어도 죽지 않는 탐정이 있다.  추리 소설과 소파를 좋아해서 소파에 누워 추리 소설 읽는 모습은 볕 잘 드는 베란다에 누워 게으름 부리는 검은 고양이 같은 그는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다.  지금까지 여름에는 다섯 사람이 잇달아 사라지는 '백작 사건'을 말끔하게 처리했고, 가을에는 학교에 전해 내려오는 '유령 사건'도 풀었다.  겨울엔 산과 건물, 사람들, 섬까지 사라졌던 '소세이지마 섬 사건'을 해결한 후 유명 인사가 되었고, 봄에는 벚꽃으로 유명한 쇼노 마을에서 가슴 아픈 '마녀 사건'도 해결해 냈으니 명탐정임에는 확실한데, 기억력이란게 도통 없는 요상한 탐정이다.

 

 

 

  어려운 사건은 척척 해결해내면서도 상식은 제로인 묘한 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와 중학교 2학년이 된 세 쌍둥이 아이, 마이, 미이가 펼쳐내는 『괴짜 탐정의 사건노트』다섯번째 이야기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꿈과 현실의 사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못하고 있는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말처럼 작가는 동화임에 분명한 책을 몽환적인 분위기를 바꾸어 놓으면서 끝까지 사실이 어떤것인지를 모르게 만들어 버린다.  내가 있는 곳의 달은 하나일까, 두개일까를 고민하게 만들 던 『1Q84』속 두개의 달 처럼 말이다.  "아이짱, 아직도 모르겠니? 내가 무서던 건 꿈과 현실을 어떻게 구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점이라고." (p.62)

 

  제 1부 괴담 / 제 2부 꿈속의 잃어버린 낙원 / 제 3부 안녕, 천사로 되어있는데, 1부는 기요시로, 아이, 마이, 미이, 레치와 아이의 문예부 후배인 미즈노 치아키와 치아키의 아빠 미즈노 잇토가 사찰 '고사이지'에 모여 괴담을 나누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괴담마저 사건으로 받아들여 풀어내 버리는 기요시로 덕분에 무서운 괴담은 사라져 버리지만,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사람의 언덕'에 비밀이 '브로켄 보'임을 밝혀내는 기요시로를 보면서 잡학은 늘어나는 기분이든다.  기억력 제로에 상식 제로인 탐정이 이런 어려운 현상은 어떻게 다 기억을 하는 것인지 그게 가장 궁금하지만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 여기에 있으니 그냥 넘어가련다.  3부에서 다루고 있는 안녕, 천사는 기요시로 집에 들어온 아기 이야기다. 누군가 유모차와 함께 두고 간 아이.  기요시로의 아이인지, 유괴 된 아이인지 탐정은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처럼 입을 굳게 닫아버리고 탐정과 아이의 이야기보다 놀라운 사실은 세 쌍둥이 엄마의 나이가 서른이라는 것이었다.  중2 딸 엄마가 서른이라니, 그리고 서른인 엄마를 동안이라고 하다니, 애들 이상한거 아니야?

 

  '꿈속의 잃어버린 낙원'으로 돌아가보자.  이야기의 중심이고 괴담을 맛보기처럼 구성한 이유 역시 이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 였다.  추리소설 작가인 히라이 류타로가 새로운 소설의 구상을 발표하면서 그가 살고 있는 '인형의 집'에 작가들, 명탐정, 세 쌍둥이와 조에쓰 경감을 초대한다.  밀실에서 사라진 히라이 류타로에 대한 명탐정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여기까지가 소설이란다.  이건 뭐지 하는 순간, 명탐정과 세 쌍둥이는  '인형의 집'에 진짜 방문객이 되고 사라진 작가 뿐 아니라 살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노랫말 살인'이라는 살인 사건. 추리작가는 "노랫말 살인을 소재로 한 작품을 읽어 본 분들은 여러 차례 다음과 같은 불만을 가진 적이 있었을 겁니다.  어째서 범인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범행 원인이 분명치 않다는 점 말입니다." (p.130)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명탐정에게 이런 노랫말 살인은 너무나 쉬운 문제다.

 

"유메미즈 씨, 당신은 무슨 일을 하기 전, 이 행동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까 불안했던 적,없소? ... 예를 들면 새하얗게 눈 덮인 설원을 보고 그 아름다운 장면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동시에 내가 제일 먼저 발자국을 내고 싶다, 내 발자국이 찍히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말이오." (p.218)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탐정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밝혀내고 그가 왜 그랬는지도 알아낸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이런것이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다. 처음과 끝이 현실인지 꿈속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렘수면을 이야기 하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중고등학교때 만화작가 이현세씨의 『아마게돈』을 읽고서는 한동안 내 종교관의 혼돈이 온적이 있었다. '신의 장난'을 이야기한 작품이었는데, 그 역시 꿈과 현실이 구분이 가지 않았었다.  아이들 책임에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괴짜 탐장의 사건노트』시리즈는 이래서 좋다.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면서, 여전히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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