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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이야기는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상대적인 시간 속에서 펼쳐진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당신이 이 소설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10년뒤의 오늘이다. (p.9)

정확히 10년뒤의 오늘. 2023년 11월 가을에 이런일들이 일어난다면 난 미래를 읽고 있는 것이다. 미래와 과거가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 광대한 미래의 이야기를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이 터무니 없는 이야기에 이렇게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책들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다 있어 하면서도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베르나르가 만들어 낸 이야기는 모두 베스트 셀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10여년이 넘은 글역시 상위에 놓여져 있다. 얼마나 베스트셀러를 많이 만들어 내고, 사람들이 좋아했는지는『제3인류』를 읽다보면 알 수가 있다. 자신의 글을 아주 교묘하지만 자연스럽게 붙여놓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이건 표절일지도 모르겠다. 자기글 표절. 그만큼 사랑받는 글이 많은 작가니 이런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씽긋 씽긋 웃을수 있는 이유는 책속에 들어있는 그의 또 다른 글들을 만나면서 나도 읽었었지 하는 쾌감 때문일것이다.
나는 그 심각한 결함을 메우기 위해 아주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영장류 동물 하나를 유인하여..... 돼지와 교접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p.305 『아버지의 아버지』)
그들은 개미집을 모방한 피라미드를 건설했다. 나는 개미들이 나와 소통하기 위해서 쓰던 방법을 그들에게 가르쳤다. (p.395 『개미』)
'저들은 나를 지구라 부른다. 가이아 또는 세계라고 부를때도 있다. 저들은 나를 그저 광물의 구체로만 여긴다. 그게 행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저들의 개념이다.' (p.70) 택스트 만으로도 지구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 이 근사한 이야기로 들어가자. 베르나르는 현 인류가 문명을 이룩한 첫 번쨰 인류가 아니라는 설정을 깔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지각이 있는 지구를 통해 현존하는 이 거대한 행성의 과거로부터의 생각과 현재의 자신을 보호하는 이야기와 현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길을 찾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교차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극에서 시작되는 소설의 첫 장면은 인류의 키가 17미터에 달하는 초거인들이었다는 증거를 드러나는 현장이었다. 저명한 고생물학자 샤를 웰즈의 탐사대가 남극의 만년빙 아래에서 8천 년 전에 소멸한 거인들의 유골과 벽화 기록을 발굴한다. 그러나 인류사를 다시 쓰게 만들 이 중대한 발견은 노한 가이아에 의해 발굴 현장과 함께 곧바로 파묻히고 만다.
프랑스에서는 얼마나 말도 안되는 실험들을 하는지, 여기도 들쑤시고 저기도 들쑤시고 있다. 파리에서는 대통령 직속 비밀 기관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이 황폐한 환경과 방사능 속에서도 살아남을 신종 인간을 탄생시키려는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곳을 관장하는 난쟁이 오비츠 대령(책에서 난쟁이로 나온다)은 진화가 소형화의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믿는 생물학자 다비드 웰즈, 여성화가 인류의 미래라고 믿는 내분비학자 오로르 카메러를 비밀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들로 동참시킨다. 프로젝트에 동참시키는 과정에서 다비드 웰즈와 오로르 카메러는 자신들의 연구를 증명하기 위해 피그미족과 아마존족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곳에서의 경험속에서 과거의 자신을 만나기도 하고 가이아의 응답을 듣기도 한다. 긴가 민가하면서도 가이아의 응답을 듣긴 했었는데, 이게 환각때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이들과 별개로 가이아는 자신의 의지를 끊임없이 표현하지만, 그 뜻을 알고 있는 생물은 어디에도 없다.
가이아의 회상은 지구의 탄생에서 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현상을 지각을 가지고 있는 생물체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행성의 충돌로 얼마나 아팠는지, 지구가 어떻게 회전을 하게 되었는지, 단세포 생물의 탄생과 이 단세포들이 다세포가 되고 이중에 어떤 생명체들이 진화를 하고 물에서 뭍으로 올라오게 되었는지를 노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듯 들려준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 베르나르는 자신의 저서들 속 강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둘씩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뿐인가? 가이와의 설명과 함께 현실에서는 다비드 웰즈과 그의 조부모인 에드몽 웰즈가 펴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가드를 쳐주고 있다. 에드몽 웰즈는 얼마나 많은 양의 백과사전을 만들었는지, 세상에 있는 모든 지식은 다 있는 것같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다루지 않는 이야기들이 없으니 이 또한 베르나르 답다. 무엇이 생각나는가? 그의 저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상상력사전』이 떠오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들은 백 번의 실패를 딛고, 드디어 인간의 한 태아가 온전한 알 속에서 제대로 발육하게 하는 데 성공한다.' (p.429) 1권은 피그미족과 아마존족들을 통해서 초소형인간을 만들어 내려는 두 과학자와 그들의 파트너들이 드디어 실험에 성공한것으로 나온다. 어처구니 없다고 말하지 말라. 베르나르이기 때문에 가능한 멋진 이야기이니 말이다. 변태를 뜻하는 메타모포시스를 결합한 호모 메타모르포시스의 탄생. 난생으로 초소형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발상부터 대단하지 않는가? 얼토당토 않게 이 부분에서 왜 『웃음』이 생각나는지... 자신의 모든 작품들을 살짝 살짝 건드리면서 한국 사랑도 잊지않고 대한민국을 언급하기도 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새로운 인간, Micro Humain의 머리글자 MH를 프랑스어 알파벳 으로 발음하여 에마슈라 이름지어진 이 새로운 인류와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단히도 애쓰는 가이아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직은 모른다. 그래서 다음 권이 기대되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