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나서영 지음 / 젊은작가들의모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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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을때마다 나는 주변에 포스트잇과 필기구를 준비해둔다. 리뷰를 쓸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읽다가 다른 생각이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포스트잇은 거의 필수 도구처럼 책과 함께 한다.  『환상』은 오랜만에 포스트잇이 필요없는 작품이었다.  생각을 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표시해 둘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읽어 내렸다.  어... 어.... 하다가 보니 책의 뒷장을 덮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달콤한 초코렛같은 동화속 이야기를 꿈꾸면서 넋놓고 읽다가 강하게 뒷통수를 맞는 것 처럼 어디에도 동화속 사랑은 없는 이야기.  이 예쁜 사랑이 이렇게 엉망으로 변해버리면 안되잖아.  그냥 대놓고 작가한테 욕할 수 있는 책이 『환상』이다.  자신의 이름을 욕하고 싶은 인물에게 덜커덕 심어놓은 나서영 작가.. 이 작가 도대체 뭔가?

 

 

 

  책장에 있는 작가의 모습이 굉장히 준수하다.  준수한 외모만큼 이름도 '나서영'이다. 곱다. 이 젋은 청년은 1989년 생으로 이십대 청년이다.  책 두권이 한꺼번에 나와서 이 청년 능력자네하고 책을 읽다가 책 표지의 나 와있는 작가 소개를 보니 정말로 고개 숙여지는 능력자다. 「젊은 작가들의 모임」의 대표로 굿네이버스와 국내 빈곤가정아동지원, 백혈병어린이재단과 소아암 어린이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사회공헌 협액을 맺고, 자신의 소설로 국내 빈곤아동과 소아암 어린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단다. 소설로 빈곤아동을 돕는 "나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진정한 능력자 나서영 작가. 이 젊은 작가는 사회적 기준으로, 아니 양심의 기준으로 악한이에게는 가쁜하게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고 욕하게 만들고 있다. 욕하면서도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묘한 작가가 나서영 작가다.

 

  이야기의 시작은 넓적한 얼굴에 낮은 코를 가지고, 작고 처진 눈이 더해져 불품없이 못난 아이, 다섯 살 주인수가 있는 햇빛고아원에서 시작된다. 왼쪽 다리를 땅에 딛지 못한 채 서있는 이아이는 고아원에서 조차도 '다리병신, 고아새끼'라고 불리지만, 함께있는 다섯 살 ,이아영으로 인해 햇빛고아원은 살만한 곳이었다.  함께 비밀장소에서 아영이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인수.  아영이의 입양은 인수의 인생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아니 행복하지 않게 만들었다.  입양후 아영이는 '이나래'라는 이름으로 한국무용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 어린 것들의 마음속의 사랑은 다섯살에 멈춰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랑도 함께 자라기 시작한다.  다섯살 이후 한번도 만나지 않은 아이들의 사랑이 세월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

 

  세월의 무게만큼 아이들이 자라고, 무용을 할수 없게 된 나래와 공장을 뛰쳐나와 서울로 올라온 인수, 나래의 친구 현숙과 태어날떄부터 그림을 그려야만 했던 나서영이 이제 주 무대에 서기 시작한다. 어린시절부터 인망있는 아버지의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던 서영. 일곱살에 프랑스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서영은 당연히 그림으로 성공할수 있다 생각했지만, 그의 재능은 뛰어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돌아와 바닷가에서 단 한번 만난 나래는 그에게 베아트리체로 다가 왔지만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인수를 찾기 위해 햇빛고아원으로 향한 나래와 현숙은 인수를 찾지 못하고 나래는 의식을 놓아버리면서 자신을 가둬버린다.  현숙은 나래를 위해 인수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서영은 인수의 그림속에서 나래를 만나고 천재적인 인수의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동화는 인수와 나래가 만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나야만 한다.  하지만 나서영 작가의 동화는 이 해피엔딩을 꿈꾸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인수의 이름으로 현숙앞에 나타나 의식을 잃은 나래 앞에 선 서영.  서영을 믿으며 자신의 천재적인 능력을 펼치기 시작하는 인수. 이제 천재의 그림의 빛을 발하기 시작하지만, 천재는 자신의 작품을 그저 말도 안되는 돈으로 생각하고 그저 그림을 그릴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천재의 그림으로 천재로 불리는 서영은 의식을 놓아버린 나래를 통해 성욕을 분출한다.  이걸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 나래와 서영을 보면서도 현숙은 입을 다물고 나래의 의식 회복을 기원한다. 그녀는 그를 인수로 알고 있었으니까.   사라져버린 서영과 의식이 돌아온 나래. 그림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수.  이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야기는 그저 돌고 돌아 인수의 생모 이야기를 전해준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해야 한단 말인가?

 

  그저 한줄의 에필로그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 환상, 에필로그.  '그 후의 이야기를 나는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것이 비극적으로 끝이 났다는 사실만을 소문으로 얼핏 들었을 뿐이다.' (p.287)  그래. 그저 환상일 뿐이다.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환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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